2005년이 불과 열흘도 채 안남았다.
어릴적엔 세월이 어서어서 흘러라 그랬다.
빨리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왜 그랬을까?
독립이나 낭만, 자유 등등을 동경했었나 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상상 불가였다.
대학생이 되고 나니 빨리 졸업이 하고 싶었다.
공부는 별로 재미없었지만 취직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결혼이 또 하나의 목표점이 되었다.
근근히 그 두 목표를 이루고 나니
그 목표에는 출산과 양육도 증정품처럼 매달려 따라 오는 것이었다.
두부사면 딸려 오는 콩나물처럼...
어느새 그것도 나의 목표가 되었다.
크게 보면 내인생이
독립을 위한 몸부림과
2세 양육을 위한 몸부림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처절한 몸부림...
그 동안엔 옆을 돌아볼 수 없었다.
돌아보았다 해도 별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점이 못내 아쉽다...
결핍과 열등감...
두 가지가 나에게 동기를 끝없이 부여하는 채찍이었다.
그 사실이 고통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가끔 시달리곤 하지만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나를 단련하는 인두가 되기도 한다는 걸...
패배감으로 미칠 것 같던
건강은 지켜야하는 것임을 비로소 알았던
어느날
감정에 의해 조종당한 선택은
표면적 성취만을 위한 것임을
스스로를 끝없이 궁지에 빠뜨릴 수 있는 것임을...
감정에 휘둘려선 안된다...
명리를 깨달아야 한다...
행복만이 최선이다...
갑자기 제정신이 든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삼십대의 마지막이 가려고 한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지는 건 아니다.
천지가 개벽을 하는 것도 아니요
하룻밤새 검은 눈썹이 하얘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세월이
세상이
날 스치고 갈 뿐인데...
흘러가는 세월에 금을 긋고
이름을 붙여줄 뿐이다.
굳이 금을 긋고 지나간 한해의 일들을 떠올려 보는 것은
결국 더 행복해지기 위함이 아닐까...
올해는 좋은 일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매해마다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기쁜 것은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또 서투나마 글쓰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
이것은 꽤 쾌감을 주는 작업이었다.
심한 변비 끝에 오는 배설의 그것에 가까왔다.
단어를 고르며 말을 다듬으며 고민하는 자신이 좋아졌다.
시간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 자신의 생각을 뚜렷한 활자체로 바꾸면서
스스로 정제가 되었다.
또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또다른 얼굴들을
글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도 기뻤다.
글을 쓰는 것은 솔직한 고백과도 같다는 걸 배웠다.
예전엔 세월이 하나도 안 아까왔는데
이제 아니 몇해 전부터 아깝고 원통한 마음이 든다.
묵은해를 몇일 안 남겨 두고
복잡다난한 심경에 빠지면서
왠지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세월 앞에 초연하지 못함일 것이다.
멀어져만 가는 삼십대...
안에서도 밖에서도 울고 웃던
몸과 맘이 바빴던 삼십대...
매달리지는 않으리라...
손 흔들며 보내 주리라...
내 손을 슬쩍 잡아끄는 사십대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꼭 잡아 주리라...
우리 좋은 친구가 되자고
조금 더 느리게 살자고
나즈막이 속삭여 주리라...
그리구
삼십대야... 안녕...
네게 할 말이 참 많지만...
너는 내게 참 많이 베풀어 주었어...
건강한 아기를 내게 주었고 키울 힘도 주었어...
내게 허락해 준게 많았어...
나의 어리석음에 때론 몸서리를 낼 때도 있었을 거야...
그럼에도 나에게 용기와 힘을 많이 주었어... 너는...
함께 뛰고 달렸던 삼십대야...
내게 베풀어 준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해...
그리구 잘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