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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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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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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애인


BY 솔길편지 2005-12-15

군대에 있는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서울에서 한시 사십 분 차로 출발한다는 전화가 오더니, 다섯 시 조금 넘어 부자가 함께 현관에 들어섰다.

\\\"여보, 당신 애인 왔네!\\\"

젊은 애인은 나를 안고 한바퀴 빙글 돌았다. 젊은 음성, 젊은 기운,,, 눈속에 갇힌 외딴집의 고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직도 눈에 덮여있는 마당을 가로질러 독 속의 김치를 꺼내오고, 양념된장을 만들고, 다시 볼일이 있어 읍내에 나간 남편은 상추와 고수와 당귀잎과 치커리를 골고루 섞어 사 오고.... 그렇게  아들과의 만찬을 준비하는 저녁. 동녘 낙엽송 숲에서는 달이 솟아오르고 초저녁의 흐릿한 잔광에다 달빛이 더해진 눈밭은 희푸르고, 어린 개 못난이는 신이 나서 발치에 이리저리 걸리적거리고, 부자는 얼어붙은 생수 호스를 갈기 위해 장화를 신고서 밭에 오르고.... 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삶의 본질에 닿은 듯한 충만감.

 \\\"아버지 군복무 하시던 때는 어림 없었다지만 지금은 동물성 식품이 매끼마다 나와요.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뭔지 모르게 늘 허기가 져요.\\\"

세 식구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자리에서 아들이 말했다.

\\\"식당밥도 마찬가지야, 바깥밥이란게 다 그래.\\\"

남편이 말했다.

\\\"엄마밥이 아닌데서 오는 허기였던가 봐요,\\\"

아들이 말했다. 엄마 밥... 예전 가난하여 모두들 배고프던 시절에 실감났던 \\\'에미가 푼 밥처럼 옹골지다\\\' 라는 속담 이야기도 나왔다.

\\\"아, 아, 배 불러요. 진짜 무지하게 먹었네\\\"

아들은 비스듬히 물러앉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배를 쓸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따라올리는 소주를, 아들과 나는 콜라를 받아 들고 잔을 부딪혔다. 평화롭고 따뜻한 저녁, 문밖에는 또  눈이 내려 덧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