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남의 애기도 아닌 애경사가 주테마인 보험을 하는 업이니
싫어도 좋아도 다 들어주는 귀가 남보다는 더 배로 있어야 된다.
괜히 잘들어야지 나중에 집에가서 이집 저집 애기가 뒤바뀔까 입을 꼭 다물어야 한다. 오래하다보니 할 짓이 아니다.
죽는 것에 대한 공포감 조성은 내가 하지도 않는데
나만보면 묻는다.
나 죽으면 울 남편 장가가는게 아닐까..
내가 먼저 가면 마누라 살 판 나는 거 아녀?
어쩌다가 젊잖은 명언들을 줍는다.
그러니께 있을 때 욕먹지 말고 갈때 복 빌어주면 그게 부부지...
그러면서도 서로 같이 있는 시간 많지도 않으면서
서로 지지고 볶다 이젠 끝내자 이러더니 나한테 전화온다.
계약자 변경해달라고 말이다.
아직 시청도 가지 않았는디..
급한거는 우선 돈챙기기.
부리나케 사무실로 와서 혹시 남편이 먼저 변경해달라고 했나 안했나 의혹의 눈초리로 나를 쬐려보는데... 이거 참 삭막하다. 사는게 뭔지다.
별의 별 일을 보고 듣다보니 이젠 내가 소설재료감으로 어디 스토리 작가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에겐 일말의 온기처럼 느껴지는 한가지가 있다.
한 번은 생각할 시간을 갖고 서로 지켜보기만 하더라도 금방 해결되지 못할 것들이 수그러져 머쓱한 얼굴로 돌아가는 순서를 많이 보았다.
결국은 돈만 같이 모으자고 사는 것도 아니고.
못써서 안달나는 애태움도 잠시 잠깐 일 뿐이고.
자식 안큰다 안큰다 해도 부모키보다 훌쩍 커 버려 자식 올려다 보며 야단 칠때가 금방 오니께. 시방 얼른 시청에 가지 마시고 집에 돌아가서 하루밤만 생각하고 와도 하나도 늦지 않다. 이렇게 일장 연설하면 슬그머니 일어나신다.
나중에 그러신다.
시청은 아직 안갔는디..
그런데요?
사장님 사무실에 가도 되죠?
얼마든지요!
막걸리 한말하고 왕족발 하고 사가지고 마누라하고 오고 있는 중이란다.
직원한테 물어 보았단다. 망년회 했냐고.
산다는 거..그거이 막걸리 마시면서 생각해 봐야 알거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