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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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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BY 허브향기 2005-12-10

\"나무,모자,자동차..자 따라해보세요!\"

\"나무,모자...뭐였드라?\"

울시어머니 내가 있는쪽으로 눈길을 보내오지만..

난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했다.

3개월에 한 번씩 신경정신과에서 받는 치매진단용 테스트..

의사 선생님께서 간단한 질문들을 던져보지만..들려오는 대답은 별로 없었다.

울시어머니..팔순이 넘도록 혼자 사시다가 우리집에 오신지 3년을 훌쩍 넘기고 내년이면 팔십하고도 다섯..

5남1녀중에 막내인 울남편이 어머니를 모셔오자고 할 때..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그러자고 했다.

아들 둘에 딸 하나..쉰도 못채운 나이에 차례대로 자식을 앞세우고..

그 고통 감당하기 힘드셨는지 그렇게 당당하시고 호랑이 같던 울시어머니..

이제는 내 손길만 기다리는 애기가 되버리셨다.

 

매일 아침 깨끗이 목욕시켜드리고 기저귀 채워서

복지관에 모셔다 드리면 오후 4시30분쯤에 집에 오시는데..

누가 챙겨 주지를 않으면...이 추운 날씨에 외투도 벗어놓고 오기를 여러번..

\"어머니! 이 추운날씨에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시려구 외투도 안입고 오셨어요?\"

\"동네 사람들이 보면..저 욕해요 어머니..이 추운 날씨에 외투도 안입혀 보냈다구요..\"

너무 화가나서 복지사한테 전화를 했더니..대뜸 죄송하다구 한다.

인원이 많다보니 출발하고 나서야 알았다고..

지금이라도 외투를 갖다 드리겠다고 하는걸..

그냥 놔두시라고 다음에 챙겨 가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운분들이라..귀찮게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루는..어머니께서..

시아버지 제사지낼 때가 되지 않았냐구 하시면서

음력 몇 월 몇 일 아니냐구..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

오늘이 몇 월달인지..몇 일인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구분도 못하시면서..

시아버지 제사는 기억하고 계시다니..

 

3년전에 뇌세포가 반 이상은 파괴가 되었다는 치매 진단을 받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리속에 그리면서 힘들게 지냈었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단련이 되었는지 그런데로 견딜만합니다.

울시어머니 지금 이대로 더 이상 나빠지지만 않기를 바라면서..

이만 글을 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