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안 쓰려고 하면
한없이 안 쓰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인가 보다.
딸 생일도 모르고 지나가는 울엄마
자기 생일이라고 별 수가 있겠는가.
환갑이라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그냥 넘어갔다가 나중에 섭섭하단 소리 듣기가 더 싫어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우리 주말에 내려갈건데 선물은 뭘 하면 좋을까? 같이 하면 어떨까?"
동생 "응, 근데 **(셋째)가 그러는데 생일 축하한답시고 생일 맞는 당사자(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되지 않겠느냐구 그러네. 해서 말인데 여행을 보내 드리거나 호텔에서 만나면
어때?"
그 얘길 듣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셋째가 하는 얘기는 엄마에게서 들은 얘기를 옮기는 것이 분명할 텐데...
가까이 있는 둘째를 겨냥한 얘기는 아닐테고 멀리서 오는 손님인 우릴 두고 하는 얘기다.
멀리서 바쁘게 사는 딸가족이 편히 쉬어야할 휴일을 반납하고
자기 생일때문에 내려 간다는데 동생들에게는
불청객 취급을 하는 망발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항상 이런 식으로 동생들에게 언니의 얼굴을 안 세워 준다.
그 멀리까지 가서 친정 놔 두고 호텔에서 자자는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돈두 썩었지.
갑자기 억울해졌다. 반기지도 않는데 내가 왜 가느냐 말이다.
비싼 차비 들여가며
황금같은 휴식 시간 길에 뿌려가며 왜?왜?왜?
(토요일 친정에 도착하면 밤11시이고, 일요일 집에 돌아오면 역시 밤11시가 넘는다.)
동생에게 니가 아침을 하고 점심은 나가서 사먹자고 그랬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명색이 환갑인데 첫째인 내가 둘째에게 떠넘긴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서
결국 우리집에서 생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며 가는 시간에 음식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구 무엇보다도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 것이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여 동생이랑 우리집으로 오시라고 하였더니
그래 그래 니네가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들거야,
맞아 맞아 니 입장에서는 동생에게 맡기기가 미안하겠지,
근데 좁아서 잠은 어디서 자지?
좋아라고 하시면서도 또 내게 생색을 내려 든다.
생색내려는 게 하두 얄미워
딸이 멀리서 모처럼 친정 온다는데 뜨듯한 밥한끼 해주는 것이 그리 어렵냐구
퉁방을 줘 버렸다.
그랬더니 또 말을 바꿔 아빠랑 의논해 보고 알려주겠단다.
나중에 아빠가 전화하셔서 하시는 말씀인즉,
환갑같은 중요한 날에는 남의 집에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계획대로 오너라.
또 밥은 출장요리사랑 동생이 하도록 하겠다. 꽝꽝꽝.
먹을 사람이라곤
열명도 안 되는데 왠 출장요리사?
결국 동생이 불고기, 전, 국, 밀쌈을 하기로 하고
내가 무쌈과 잡채를 해서 가기로 했다.
며느리가 아니고 딸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엄마는 참 종 잡을 수가 없다.
자식 생일 까먹는 건 보통으로 여기면서
자신의 생일날(환갑이긴 하지만)
손수 밥 한끼 하는 것은 그렇게 못 견딜 일인가 말이다.
모순이다...
하긴 가능한 몸을 안 쓰기로 하는
귀차니즘과 게으르즘이라는
생활신조를 지키며 사신다는 점에서
너무너무 일관성이 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