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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까이꺼 뭐!


BY 까만밤 2005-11-10

부산에서 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그때는 부업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흔하던 시절이어서
나도 아르바이트로 가정교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가르치던 아이는 중학생이었고
그 애의 아버지는 소위 운세라는 걸 짚어주는
운명철학자 였다.

동국대학교 동양철학과를 나와
이산 저산에서 장기 수도를 마친 후
출세간하여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회색 장삼에 긴 수염을 휘날리며
휘이 휘이 걷는 양은
마치도 도사가 축지법을 쓰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어느날
이 철학 도사님과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게 되었는데

도사께서 느닷없이
운명이 뭔지 아느냐고 물어왔다.

니체가 어떻고
쇼펜하우어가 저쩌구 하며
개똥 철학을 나불거리며 다니긴 했지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며
천국으로 가는 문은 어디에 있는지
정처없이 더듬적거리고 있을 때였던지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도사님이 한수 가르쳐 주었다.
인생이란게 별거 아니다.
운명이란 사인곡선과 같아서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바닥에 있으면 오르막이라는 희망을 생각해야 하며
정상에 이르면  내려갈 일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나가는 사람에게는
건방지지 않도록 경계심을 심어주고
어려운 고비를 맞아 힘들어 하는 중생들에게는
희망과 자신감을 주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들의 미션이라고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인생에 대한 두려움이나 호기심을 버렸다.
이어 김동길 박사가 쓴 '하늘을 우러러' 를 읽고서
드디어 운명의 수수께끼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선견지명이 있는 자가
사주팔자를 짚어 준다한들
그것이 너의 운명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동으로 가라고 하는데
우겨 서로 가는 것도
또 하나의 네 운명일진데
앞날을 점쳐 무엇에 쓰겠는가?

북한산 정상은 하나지만
그 정상에 오르는 길은 무수히 많다.
선택하는 길 하나 하나가 바로
우리네 자신들의 운명일진데
걱정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리는 오늘도   
예나 다름없이
한 걸음 한걸음 이름모를 궤적을 남기며
낯선 무덤을 향해 그저 그렇게
뚜벅이 걸음으로 걸어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