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수북히 쌓인 절 한켠에서 잔뜩 분위기 잡고 소원도 빌고 그렇게
작은 슬픔 보따리를 꾹꾹 밟아 눅눅한 낙엽속에 감춰놓고 왔다.
겉으로 보면 세상에서 제일 편한듯한 사람이다. 나는...
웃고, 까불고... 나 하나로 모자라 남들도 웃기려 든다.
그래서 친구라는 어떤 이들은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근심 걱정 없이 잘살고 있다고...
가슴속에 뭉쳐 둔 시커먼 덩어리는 보지 못하고 화려한 나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얘기한다. 자신의 지난 얘기를 말로 하자면 소설 책 몇 권은 쓴다고...
자기가 속한 우물안에 주인공은 자신일테고 스스로는 착한 피해자니까
주인공이 맞겠지... 분명.
까마득히 기억나지 않는 어릴 적... 그래서 내 얘기인지 남에 얘기인지 헤깔리는 그런 옛 적, 힘들지 않게 살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나 또한 힘들게 자랐다.
언제나 돈이 없어 울고서 학교에 갔다.
선생님께 혼날까봐...
그리고 속상해서.
유난히 일찍 철이 들어 뭐가 필요하다고 사달라고도 못했다.
준비물 사야 한다고 툭 던져 놓고 반응없는 엄마를 뒤로 한 채 울면서 학교에 갔다. 창피하고 혼날게 뻔하니까.
속상해서 가끔은 도시락도 놓고 갔다.
엄마 속 좀 상하라고...
그렇게 대충 자라서 공부한다고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당시 집장사하던 아버지의 어음은 \"집이 팔리면\" 이었다.
\"집팔리면 하숙비 한꺼번에 갚을테니 고모님 잘 좀 부탁드립니다.\" 서울 사시던 고모 할머니께 근심가득한 당부를 드리고 아버지는 묵묵히 발길을 돌리셨다.
언제나 무뚝뚝하셨지만 깊은 정을 가슴 가득 가지고 계셨다.
부모님이 그렇게 믿었던 고모할머니는 나를 식모 부리 듯 했다.
새벽이면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로 머리 한번 감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깜깜한 밤중에 보따리 들고 울면서 대문밖으로 쫓겨났다.
예비숙모가 삼촌에게 선물한 곰돌이 인형을
준다고 철없이 그걸 낼름 받았다고...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다.
나 귀엽다고 인형 준대서 받았는데 철없이 그걸 받는다는 이유로 쫓아내다니...
핑계치고는 정말 어이 없지만 말 그대로 핑계일 뿐 하숙비를 제때 주지 못해 미운 털이 박혔던 것이다.
한 밤중에 오갈데 없이 대문 앞에서 한 없이 울고만 있었다. 집 밖으로 새 나온 고모할머니에 온 갖 욕을 들으며 언젠가는 잘 되어 나타나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했다.
알고 지내던 쌍둥이 언니 집으로 무작정 찾아걌다.
단독주택에 주차장 한켠을 방으로 만든곳에서
언제나 티격태격 싸우며 지내던 쌍둥이 언니집...
고모할머니집과 다를 바 없이 눈치보며 살기는 마찬가지였다.
슬픔이 가슴에 쌓이다 쌓이다 이제는 다 녹아버렸다.
이제는 웃고 얘기할 지난 얘기들...
하지만 그 상처들이 나의 마음속에 병을 만들어 놓았다.
행복 불안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