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을 다 써 버리고서야
얼마 안되는 서리태를 다 꺾었다.
잎을 하나하나 다 떼내고
마당에 줄을 맞춰 널어 놓고 보니
그럴싸하니 제법 가을 풍경을 보탠다.
쑥쑥 뽑아다 뒤죽박죽 펴 놓은 흙투성이 콩을 보고
어이 없어 하시던 친정 엄마의 얼굴이
엊그제쯤의 일로 선명한데,
어느새 해는 삼백 예순번쯤이나 우리 마당을 가로 지르며
왔다 갔다를 반복 했던 것이다.
내려다뵈는 은행나무는 그 빛깔이 어찌나 고운지
나를 아는 사람 잔뜩 불러다
채반위에서 말라가고 있는 곶감이라도 먹으며
수다 떨면서 같이 보아야만
너무 고와서 서러움을 덜 것 같다.
입동전에 심어야 한다는 마늘을 한접쯤 쪼개서 어제 심었다.
마늘 농사는 처음이다.
잘되면 다섯접이나 캘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선지
겨우 씨를 심으면서
풀이랑 씨름할일은 생각도 나지 않은 채
창고에 주욱 걸려 있을 마늘을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흐뭇한 마늘 부자다.
오후엔
장에서 사온 양파 모종 한단을 마늘밭 옆에 심었다.
나란히 늘어선 초록빛 양파잎이 이쁘다.
별 걸 다 이쁘다고 한다며 남편은 날 이해 못하지만
어째서 그런게 이쁘지 않은지 나도 남편을 이해 못하겠다.
질펀하게 마당에 늘어 놓아 말리는 토란을 뒤적이며
커다란 뿌리 옆에 달라 붙어있는 작은 토란이 귀여워서 웃고,
부직포위에 펴 말리는 땅콩을 뒤적이며
작아도 영락없이 땅콩 모양을 한 것이 신기하고 앙징스러워서
남편을 불러대고.....
요상스런 형상을 하고 땅위로 올라온 고구마 들을 줄 세워 놓고
디카에 담는다.
몇줌 안되는 수수 알갱이들을 추스리고,
강아지풀 만한 좁쌀송이를 몇개 펴 널면서도
일년동안 아주 힘들게 많은 농사를 지은 농삿꾼의 가을처럼
몸은 지치고도 마음은 풍요로워서
하루 온 종일을 가을이랑
부산하게 야단법석을 떨어 대는 나는,
원래 이만큼의 작은 그릇인게 분명한 것 같다.
따지다 보면 절대 수지 계산이야 안 맞는 내 농사지만
이렇게 가을이 되어 골고루 거두면서
보이지 않는 것 까지도
보태어 수확하는 나의 가을걷이가
나를 한 없이 배부르게 한다.
이천오년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