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78

성장한 아들에게(퍼옴)


BY 은하수 2005-10-25

내 손은 하루 종일 바빴지.

그래서 네가 함께 하자고 부탁한 작은 놀이들을

함께 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너와 함께 보낼 시간이 내겐 많지 않았어.

 

난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해야 했지.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할 때마다

난 말했다.

"조금 있다가 하자, 얘야."

 

밤마다 난 너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걸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지.

난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다.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기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은 너무도 빨리 커버렸지.

그 아인 더 이상 내곁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내게 털어놓지도 않는다.

 

그림책들은 치워져 있고

이젠 함께 할 놀이들도 없지.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기도를 들을 수도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어제의 세월 속으로 묻혀 버렸다.

 

한 때는 늘 바빴던 내 두 손은

이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하루하루가 너무도 길고

시간을 보낼 만한 일도 많지 않지.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네가 함께 놀아 달라던

그 작은 놀이들을 할 수만 있다면.

등록
  • 아리 2005-10-25
    오늘 잠시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지나갔습니다 ..
  • 살구꽃 2005-10-25
    은하수님! 이글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눈물나려하네요 저의 미래를
    보는것 같애서요 글이 슬프네요 저도 아들하나 있는데 지금 6학년이예요 그래서 자식은 품안의 자식이라 하나봐요 아직까진 엄마하고 자려고 하고 그러지만 이젠 서서히 제품에서 멀어지겠지요 ㅠㅠ 슬퍼요
  • 새로미 2005-10-26
    집에 잘 안들어오는 그림쟁이 우리 아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림이 집보다 더 좋다고 하더라구요. 예전엔 엄마가 제일 좋고 집이 좋다고 하더니만... 아들의 싸이구경을 하면서 조금 쓸쓸한 마음도 들고, 대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나의 기도와 포옹을 좋아하던 아들이었는데... 은하수님,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