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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88

한 개비만....


BY 수련 2005-10-18

“어이 마누라! 담배 한 개피 만 구해주라"

"없는 담배를 어디 가서 구하라고요. 안 피우면 되잖아요"

어제, 아니 오늘 0시 30분, 자정이 넘은 시간에 옷을 주섬주섬 입고 비틀거리며

담배 사러 나가더니 빈손으로 그냥 들어 온 남편이

애먼 나를 채근을 했다.



평소보다 술이 한 잔 되면 유난스럽게 담배를 더 피우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담배를 필터까지 다 태우지도 않고

3/1정도만 피우고는 재떨이에 버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새 담배에 또 불을 붙이고....


담배가 우리 몸에 얼마나 유해한지 매스컴을 통해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그런 뉴스나 프로가 방영 될 때마다

일부러 고개를 외면하거나 채널을 돌려버리는 남편을

보면서 저런 쓴 소리 듣기 싫으면 담배를 끊으라고 해도

도무지 소용이 없다.


해마다 담배 값이 인상이 되는데 나 같으면 열 받아서 당장 끊어버리련만

왜 그리도 미련이 남을까.


요즘 혈압도 높고 혈당 수치가 올라가서 스스로 걱정을 하면서도

담배만큼은 손에서 떼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 답답하다 못해 안타깝다.


어제 밤에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 거나하게 취하고 들어올 때

6개비의 담배를 가지고 온 남편은 30분도 안되어 다 피워버렸다.

나더러 가게에 가서 담배를 사오라는데 어림도 없지 내가 왜 나가냐?

툴툴거리며 직접 나가더니 빈손으로 들어와서는 일찍 문을 닫은 가게 탓을 하며

집의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본다.


" 집에 우째 담배 한 개피도 없노?. 한 개피만 찾아 보거래이"

그러면서 재떨이를 들여다보더니 에이 하며 탁 놓아버린다.

담배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으면

한 줄기 연기가 지독하게 맵기 때문에 재떨이에 항상 물을 조금 담아둔다.

꽁초가 물에 젖어 한 개비도 건질게 없다.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하는 남편을 보니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인다.

할 수없이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졌다.

'에이 문디 신랑 때문에 이게 무슨 짓 이람, '

꽁초도 하나같이 부러져있고, 어쩌다 성한 건 비틀어져 있어

도대체 하나라도 건질게 없다.


담배 한 개비에 목숨을 거는 남편이 불쌍해서 어쩌랴.

비틀어진 담배 한 개비를 주워 손으로 겨우 펴서 남편에게 건넸다.

"흐흐흐 역시 우리 마누라가 최고야. 자 보너스다. 내일 과자 사묵어라이"

"에게 이게 뭐야, 이천원?"

어찌나 맛있게 피우는지 그 모습은 차라리 애처로웠다.



어제 밤중의 소동을 겪고 아침에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오늘부터 마루에서는 물론이고 베란다에서도 절대 담배를 피우지마세요.

아예 밖에 나가서 피우고 들어와요."

"뭐? 나가라고? 이 사람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왜 내가 나가냐?

당신이 밖에 나가있어"

"알았어요. 보따리 싸들고 애들한테로 가버려야지. 흥. 담배 끊었다고 전보 치슈.

그러면 당장 내려 올 테니까.."


아침 일찍 목욕가면서 담배를 샀나보다. 손에 담배를 들고 유유히 화장실로

들어가며 나를 노려본다.

오밤중의 불쌍한 걸인은 어디로 가고 다시 당당한 애연가로 변해버린 남편!


오호! 애재(哀哉)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