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의 산책
포도가 한창인 이 여름의 끝 무렵에 친구들과 함께 포도밭에 갔다.
포도밭에는 아주머니 몇 분이 열심히 포도송이들을 상자에 담아서 차에 거의 다 싣고 계시는
중이었다.
그 아주머니들과의 인사가 끝나고 우린 포도를 차에 실었다.
오랜만에 포도밭에 오고 보니 포도나무의 늘어진 모습들과 포도송이들의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그 포도나무 아래에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가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고 향기롭게 한다.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걸어보는 즐거움은 나이가 들어서 색다른 추억을 더듬어 보게 하고
새로운 좋은 우정이라는 빛깔을 지니게 한다.
그 포도밭 길 사이로 한없이 산책을 하고 싶어진다.
포도를 파시는 아주머니께서 농사를 지어보았냐고 물으신다.
그 물음에 내 마음은 슬픈 해바라기 마냥 가슴이 아팠다.
철이 들고 보니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그리고 옛사람들의 고달픈 인생들이 눈앞에서 일렁
거리기 때문이다.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아닙니다 하고 대답했다.
친구들이 딱해 보였는지 얼른 먼저 차에 타게 한다.
도시에서 자란 탓에 농사일은 잘 모른다. 하지만 결혼하고나서 시어머님과 조금 살면서
농사라는것을 이해하게되고 지금은 우리집 앞마당에 작은 채마밭을 가꾸고 있다 .
세상을 살아가면서 직접적,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하면서 알게되지 않겠는가.
전혀 고통을 모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모든이들이 각자가 주어진 여건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세상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 아줌마의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아줌마 힘내세요.
오래 전에 가족들이 한데 모여 포도밭에 갔었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포도나무들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고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포도나무들이 쭉쭉 일렬로 늘어서서 둥그런 타원형의 우주처럼 줄기들이 서로 얽혀서
그 사이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런 포도송이들의 자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
이었다.
내겐 단순한 포도밭의 손님이 아닌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기쁜 추억 그 이상이었다.
아마도 하느님이 주신 신의 축복처럼 행복했었다.
가족과의 여행 중에서도 가장 친근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또한 그 포도밭에서 만나게 되는 지인들과의 만남은 또 다른 매력의 장소이기도하다.
지금도 내겐 가장 아름다운 천국의 낙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길을 따라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순수하게 산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