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일어난 일입니다.
저는 추석 전날부터 몸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틀 전에 쌀쌀한 날씨에 얇은 옷차림으로 친구들과 이리저리 놀러 다녔는데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머리는 누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이 깨질듯하고 목은 붙고 온 몸은 부들부들 떨면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흔히 말하는 독한 몸살감기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하루 종일 누워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후 추석날아침,
엄마와 아빠는 아침부터 집에서 푹 쉬라고 말리셨지만 그래도 민족의 명절 추석인데 오랜만에 사촌동생들이랑 친척들 볼 생각에........ ???
사실은 아프면 입맛이 없어야 할 텐데 저는 오히려 입맛이 더 살아난 것 같았습니다.
그날따라 왜 이렇게 제사음식이 먹고 싶었던지 몸 상한다고 말리시는 부모님을 설득하고 끝내 차로 20분 거리의 큰집으로 갔지요...
역시 큰집 앞에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더군요.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우리 일가친척들…….
큰아버지, 큰엄마 두 분만 계시던 큰집이 오랜만에 북적북적 정말 사람 사는 집 같았습니다. 내가 아프다고 하니 친척분들 가만히 따뜻한 방에 앉아 쉬라고 하시네요..
예전 같았으면 어른들의 온갖 심부름을 다 했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내가 아파도 조상님께 차례 지내려 이렇게 큰집에 왔다며
나를 칭찬하시는 우리 큰아버지..
사실 그 때 너무나 양심에 찔렸습니다.
정말 옛말에 “젯밥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는 그 표현은 어쩜 지금 내 상황 그렇게 어울리는지.....
얼마간의 차례의식을 지내고 드디어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음복(飮福)시간이 됐습니다.
역시 추석상은 너무나도 푸짐하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갈비며 맛나는 전이며,
식혜며 이 얼마 만에 이렇게 호사스러운 음식을 먹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너무 맛있게 허겁지겁 먹자 옆에서 절 보시던 작은아버지의 한마디
“너 아픈 것 맞나? 너 밥 못넘길까봐? 내 와이프보고 흰죽 끓이라고 했는데. 헉! 잘 먹네?
이 녀석 혹시 너무 배고파서 아픈 것 아냐“
순간 친척분들 모두 웃으시는데 그때는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그래도 꿋꿋이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맛있게 먹긴 했는데 너무 과식을 해서 소화가 안 되는지 다시 좀 나아졌던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이렇게 큰집에서의 차례를 다 지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큰집에서 너무 과식을 했는가 보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달려갔습니다.
헉! 설사였습니다.
감기몸살에 이젠 배탈설사까지...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내 방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우리 엄마 아빠, 외가집에 가져갈 선물 이것저것을 챙기시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 부모님 저에 방으로 오시더니
“이거 어떡하나? 오늘 외가집에 꼭 가야하는데 너도 아프고 그렇다고 할머니 기다리실 텐데 안갈 수 도 없고... 너 차탈 수 있겠니? 같이 가자!”
순간 우리 부모님이었지만 너무 미웠습니다.
“감기몸살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과식으로 배탈설사까지 20분에 한번 씩 화장실에 가는 처지인데 어떻게 3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외가집에 갈 수 있겠어요.”
착한 저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마, 아빠 두분이서 재밌게 놀다 오세요!
제가 애도 아니고 약 잘챙겨먹고 좀 쉬면 좋아질꺼에요.
엄마, 아빠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외할머니께도 못가서 죄송하다고 꼭 전해주시고요”
속마음은 불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착한 딸처럼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부모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5분 만에 차를 타고 바로 외가집으로 떠나셨습니다.
순간~ 난 오리새끼였구나... 하는 생각과 앞으로 이틀 동안 어떻게 내 밥을 챙겨먹어야 할지 걱정이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전에 먹었던 지사제 약발인지 설사는 좀 멈췄지만 몸살감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요즈음 감기 무섭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민족의 명절 추석 저녁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해서 그래도 혼자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귀찮은 마음에 저녁을 건너뛰고 약을 먹어서 그런지 속이 부쩍 쓰리더군요.
그래도 꾹꾹 참고 집 문단속을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분명히 부모님이 외가집에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 전화가 안 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먼저 걸어볼까 하다가 귀찮은 마음에 혹시 언제 전화가 올까 내 휴대폰을 배게 밑에 두고 힘든 하루를 접고 단잠을 청했습니다.
하루 종일 배탈설사에 힘이 들었는지 금세 깊은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따르릉~ 따르릉~ ”
계속 울리는 거실전화벨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좀 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전화가 오든 말든 잠을 자겠지만 혹시 부모님 전화일까 안받으면 걱정하실까 싶어 거의 방바닥을 기어가다시피 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거의 1분을 붙들고 있었는데 아무런 대답에 없었습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다 싶어 끊고 다시 방으로 기어갔습니다.
다시 깊이 잠든 나, 얼마가 지났는데 다시 거실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
또 다시 기어가다시피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아빠에요~ 여보세요?”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뚝! 하고 끊기는 것이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로 이사 왔지만 1년 전 만해도 우리집은 농촌에서도 상당히 외집 곳에 있는 독채였습니다.
주위에는 산과 밭만 있을 뿐 가장 가까운 인가(人家)도 족히 10분을 걸어가야 나오는 그런 외진 곳에 우리집이 있었있습니다.
게다가 이집에 지금 저는 혼자였습니다. 혹시 어떤 이상한 사람이 저 혼자 집에 있는 걸 알고 이렇게 장난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두려움이 앞서 집안 이리저리 문이며 창이며 혹시 열린 곳이 있을까 다시 점검하고 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시금 설마 하는 생각과 잘못 걸려온 전화겠지 매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다시 “따르릉~ 따르릉~” 저는 바로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전화를 들었습니다.
아무 소리가 안 들렸다! 순간 치밀어 오는 분노에 ”어떤 놈이 장난 전화야? 야! 너 누구야?
너 가만히 안둘 거야 한번만 더 전화하면 경찰에 신고해 버린다. “
도저히 너무 무서워서 나 혼자 이 집에 있는 게 두려웠습니다.
새벽 4시정도에 외가에서 주무시는 아빠께 전화를 걸어 지난 일을 이야기 하고 너무 무섭다고 막 울먹였습니다.
아빠는 지금 당장 간다면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그 후 30분 후, 밖에서 꽝! 꽝!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난 비명을 지르고 혹시 못된 사람일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고 있었는데,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 보니 우리 큰아버지내외분이셨습니다.
아빠가 너무 걱정이 되서 가까운 곳에 사시는 큰아버지께 미리 전화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큰어머니는 네가 얼마나 놀랐냐면서 이젠 걱정하지 말고 방에 들어가 쉬라고 하시더군요.
거실에는 두 분 내외가 거실에 앉아계시고 이제 곧 아빠도 오실 생각에 순간 안심이 되어 놀란 가슴을 잠재우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피곤한 몸에 잠이 들었는데 또 다시 밖에서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울렸습니다.
금세 눈이 떠지고 거실로 나갔지요. 단단히 화가 나신 우리 큰아버지는 이 놈을 꼭 잡겠다하시면서 저보고 한번 받아 보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웠지만 큰아버지 목소리를 들으면 이 사람이 금방 끊는다며 내가 받아보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수화기를 든 나, 이제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습니다.
“야! 너 누구야? 누군데 나 같고 장난이야! ”
“너 콩밥 한번 먹어볼래! “
이렇게 말을 해도 상대방은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분이 지났을까 “띠리링~” 이 소리가 처음으로 들렸습니다.
순간 저는 기분이 이상해지더군요. 이 “띠리링~” 분명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인데 그리고 바로 내방으로 들어가서 내 베개 밑을 봤는데…….
헉! 정말 어이없고 앞으로 아버지와 큰아버지께 어떻게 이 상황을 이야기해야 할지 두려웠습니다.
이 장난전화의 범인은 바로 내 휴대폰이었습니다..
전날 마지막으로 내가 전화를 건 곳이 바로 우리집 번호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잠자는 도중에 베개 밑에 두었던 슬라이드형 휴대폰의 "SEND"버튼을 내 무거운 머리로 눌려 그때마다 우리 전화벨이 울렸던 것이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이 추악하고 두려운 사건의 범인 내 휴대폰!
결과적으로 바로 나였다. 내 스스로 밤새 혼자 흔히들 말하는 生show를 한 것이었습니다.
1시간 후, 평균 3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아버지는 130Km의 속력으로 2시간 10분 만에
주파하셨다. 다시 내 스스로도 어이없는 상황을 추슬러 큰아버지와 아버지께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귀여운 표정으로 솔직하게 고백을 했습니다. 순간 두 분의 표정이 심하게 굳으시더니 우리 아버지 하시는 말
“ 내 평생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담담한 우리 큰아버지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뭐 살다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도 있지잉~ 하!하!하”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시면 다시 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나의 “나 홀로 추석에” 사건은 우리 친가, 외가와 멀리 동네,
그리고 읍내까지 널리 퍼져 거의 두 달 동안을 나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더불어 우리 아버지의 130km광란의 질주의 결과는 무인카메라에 3대에 찍혀 거기에 규정 속도 수십 킬로 초과로 인해 거의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예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 아니면 ‘서프라이즈’에 엄청 황당한 사건이 나오면 저는 말도 안 된다면서 믿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무조건 믿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저처럼 생기더군요.
여러분도 저처럼 황당한 사건 안 겪으시려면, 휴대폰은 꼭 침대 위에나 배게 옆에 두고 주무세요.
꼭이요!!
슬라이드 폰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 생깁니다.
그리고 아마 스토커로 오해 받아서 경찰서에 가야 할걸요. 모두 주의 하세요.
그리고 왜 그때는 왜 생각을 못했을까요? 휴대폰 제조사에 항의할걸요...^^ 하하하!
이상 지난 추억 온 집안을 휩쓸었던 “나 홀로 추석에”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