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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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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꼼짝마 손들어


BY 이정화 2005-09-24

 

추석이 되면 도로위에는 차들이 개미 때처럼 줄을 지어 있고, 반나절 이상을 자동차 속에서 꼼짝 마라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깜기는 눈에, 몰려드는 졸음에, 하픔에, 몇 시간을 움크려 앉아 있는 탓에 관절들의 디틀림에, 길이 막히면 슬슬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변에, 배에서는 밥을 달라며 대모를 하고, 급기야 뱃가죽과 등가죽이 상봉을 하는 눈물겨운 고통들을 감수하고도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정도 참을 만합니다. 왜냐!! 추석 하면 또 내기 아닙니까?! 내기가 빠지면 추석이 아니지요. 주름 없는 뻔데기요, 고무줄 없는 팬타다 이겁니다.

그것도 참!! 돈내기! 이 재미에 많은 고통들을 감수하고 간다 이거지요. 그리고 추석 때는 단속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거 아주 건전한 문화생활이거든요!!

시작은 꼭 내기 장기!! 인생사 장기에서부터 시작하니 아무도 나무랄 사람이 없다 이거지요.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이 있지요,,, 이러다 보면 끝은 꼭 그림찾기!! 이거 실감나는 내기입니다. 흔히 말하는 동양화이지요,,,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추석, 어김없이 험한 길을 견뎌내며 도착한 처가댁!!

“어 한서방 왔는가...장기 할줄 아는가? 내적수가 않될꺼인디!” 장기판은 펼쳐졌습니다.

한턱 단단히 챙기시려는 우리의 장인어른!!

저 첫사위 입니다. 잘 보이려는 마음이 굴뚝같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장인어른이 하자는 데로 순순히 따르는 거지요. 하지만 참 저도 남잔데 존심이 있다 이겁니다.

“예 장인 어른 준비 됐습니다.”

장인 “뻐뜩 안게나 각오 단다히 혔는가... 지갑을 열어야제.. 자고로 밋천이 있어야 시작허는거 아닌가,,” 하시며 탐색전을 여시는 장인 어르신!!

덩달아 한마디 하는 처재 “어머머~형부  질까봐 돈도 않내놓는 거봐...무슨 남자가 그래요? 빨리 돈 꺼내놔요 어~진짜~겁나나봐 호홓호” 저~~지갑 탈탈 털어 돈 다 꺼내 놨답니다.

아무리 장인어른이지만 승부의 세게는 냉정 한거 아닙니까?!  그리고는 판이 돌아갔습니다.

“어~~ 허라..,, 오늘 필 받는데,,” 그날따라 장기판이 눈에 쫙쫙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받으시지요, 장입니다. 하하하”

장인 “뭐여?!! 장이여? 자네는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는가,.이거는 연습이여,다시하세”

나 “예? 장인 어른. 만원주시지요,, 이러시면...”

장인 “뭐여? 잘 안들리는디!!! 둘째야, 술상은 멀었냐?” 난데없이 마당에다 소리를 지르시며 모른척을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어르신께 이런 말씀드려도 될려나 모르겠지만 말도 않되는 억지에 저 한복 했습니다.

판은 다시 펼쳐졌고 몇 판을 하다보니 피곤함이 몰려 들더군요. 게다가 우리의 장인어르신, 술도 한 잔 하신 탓에 장기장이 이리 갔다 저리갔다..

이러다가는 끝이 나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래 그냥 져 드리자,, 장인 어르신 용돈 챙겨드리는 샘 치면 되지 뭐~~” 하며 몇 판을 순순히 졌답니다.

그런데 우리의 장인 어르신과 처재가 한수 위더군요.

장인 “어~허 자내~~ 뭐 허는가,, 집에 갈 때 차를 짊어지고 갈라고 그러는가?! 기름 칠 하라믄 돈을 따야제 ? 돈을 다 꼴아서야..허허허, 자네도. 내적수가 않되는구먼”

처재 “아빠 아빠~그러지 말고 아빠 끝빨도 올랐는데 고스톱 어때? 어? 형부 오늘 개끝빨인가 본데..호호호 우리 아빠 이돈 따서 경운기 그냥 쌔걸로 밖꿔! 하자하자 고스톱! 고스톱..내가 광 팔고. 작은엄마 이리오세요.. 어머 4명이네~ 딱이네 딱이야 호호호”

이러는 것이 아닙니까!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저 새실랑 입니다.

토끼 같은 와이프, 이불 깔아 놓고 기다리는데,, 장기전으로 가면 곤란하다 이겁니다.

온 집안 식구들이 때로 들이미는데,, 빼도 박도 못하고,,,눈앞에는 이불장이 턱하니 펼쳐지더니 화토장이 “착착착” 겁나더군요. 이건 무슨 사기도박단도 아니고 우리 처재 무슨 여자가 화토장을 그리 능숙하게 다루는지,, 타짜가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 기죽을 놈이 아니다 이겁니다. 쏵 쓸어 보겠다는 일렴하에, 두 주먹 불끈 쥐고.“빨리 끝내고 자로가자” 하며 화토장을 받아 졌습니다.

시간은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려 새벽 1시!! 우리 와이프는 오라고 눈치를 주고 잠은 오고..그만 하자고 할려니 그동안 딴 돈들이 이불위에 펼쳐져 있어 양심상 그만 하자고 말도 못하겠고, 급기야 우리 와이프 “멎데로해!! 이거 할려고 여기왔어? 뭐야?! 후회 하지마..”

이러고는 획하니 사랑방으로 건너가더라고요..

저도 후회하기는 싫지요. 우리 와이프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싶은데 “고스톱”의 현실이 그렇지가 못하다 이겁니다.

장인어르신은 약주를 하신 탓에 잠이 드셨는데 그 경운기를 사야한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에 우리 처제가 벼루고 있다 이겁니다.

처제 “가긴 어딜가,, 돈 딷따고 자리 뜨면 치사하지,, 언니야 사랑은 집에 가서하고 형부는 문화생활을 즐기게 해주라, 혼자 못자냐? 얼라냐? 잠 오면 가서 자.. 패 돌리는데 시끄러워”

우리 처제 시집가면 제기 딱는 건 둘째 일이고 화토장 기름칠 할 여자 같더군요.

눈에는 쌍심지를 켜고는 돈 똑이 단단히 올라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않되겠다!! 이럴 때는 그냥 “독박! 독박이 최고야" 순순히 돈을 받을 처재가 아니니깐, 이기는 척하면서 "고"를 부르고 아무나 나도록 만들자,,,그러면 독박이니깐 기분 좋게 지는게 되는거지,

참 기발한 스토리,,, 생각은 좋았는데.. 내 패가 딱딱 맞으니 점수는 한없이 올라가고 처재나 작은 어머니는 “피박” 을 쓴다 이거였지요. 

그래서 다시 생각을 했지요,, “그냥 버리자,., 먹지말자! 점수가 않나게 먹지 말고 버리자, 그러면 아무나 나겠지!!”

이렇게 빨리 돈을 꼴아 주고 토끼 같은 와이프에게로 달려가자,,,,

그리고는 나에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풍지에서 빨간 레온 싸인이 비치더니 “외옹~외옹~오옹~” 싸이렌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닙니까.

참 이 즐거운 추석에 무슨 사고로 경찰차가 오냐며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문 두짝이 획하니 열리더니 “꼼짝마! 손들어! 당신들을 도박단으로 체포하겠다. 헌법 땡땡땡조에 의겨해 변호사를 선임 할 수 있고 묵빅권을 행할수도 있다. 꼼짝마”

경찰 2명이 총을 겨누며 들이 닥치는 것이 아닙니까.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우리 처재 “어머머? 뭐? 뭐예요? 우리 더더박단 아니예요~~”

경찰 “손들어, 김형사 현장 보존해” 이러고는 돈이랑 화토장을 챙기는 것이 아닙니까.

이 상황 보통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한마다 했습니다.

“저희는 가족이구요, 재미삼아 했습니다, 오늘 추석 아닙니까, 가족끼리 재미삼아 할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뭔가 오해가 있던지 오류신고가 아닌지요..”

이랬더니 갑자기 주무시는 장인어른을 보며 경찰이 하는 말이 “김형사!! 김형사! 이할아버지 연행해, 팔에 붉은 점이 있는게 수상해, 이집 수색해봐 마약이 있는지 말이야. 빨리 빨리, 그리고 본부에 연락해서 지원 요청해. ”

그 말에 작은어머님은 노발대발하시고 처재는

“아니 아저씨 우리 아빠가 뭐요? 그거는 점이예요,, 무슨 경찰이 그런 것도 몰라요! 기가 막혀서! 연행하기는 어딜 연행해요, 못가요 못가, 아저씨나 나가세요.”

하며 소리를 지르고 제가 않은 자리에 돈이 많다는 이유에서 인지 바로 두 손에 은팔찌를 채우고는 밖으로 밀어 내는 것이 아닙니까..

이날리가 났는데도 우리 장인어르신은 깨지 않으셨습니다.

잘 않들리셔서 보청기를 하시는 건 알았지만 이정도 일 줄은 미쳐 몰랐거든요, 아무튼 저는 끌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정말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우리 와이프가 자러 가자고 할때 빨리 갈껄,,,하고 말이지요.

저 은팔찌 차고 외쳤습니다.

“여! 여~보 자기야 살려줘~~~ 살려줘~~~자기야~~~~~”

그때 갑자기 우리 와이프가 구세주의 모습으로 달려 나오더니..... 뭐라는 줄 아십니까?

“어.. 왔어? 수고가 많네 ..오랜만이야,,우리 얼마만이지? 아참, 이사람 잡아가.. 오늘 하루종이 도박했어.이 사람이 주범이야. 다른 사람은 나두고, 어~~ 이분은 우리작은엄마,인사해. ”

이러는 것이 아닙니까?

참 어이가 없어서 알고 보니 그 경찰이 동창이라나 반창이라나..

그 경찰친구가 밤에 순찰 도는데 우리 와이프가 전화를 해서 신고를 했다 이겁니다.

아니 동창회를 하던지 반창회를 하던지 추석지나고 지내들끼리 하면 될 일이지 꼭 이렇게 해야 됩니까?! 네?

저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렸습니다. “자기야 이거 풀어줘야지.. 친구였어?! 반갑네.. 근데 이건 좀 심했네. 이 무슨 개망신이냐..............친구분~~이거 어서 풀어주세요,.”

와이프 우령찬 목소리로 “꼼짝마 손들고 서있어!! 저 쪽가서 손들고 서 있어라고, 그만 하라고할 때 그만 했어야지, 자꾸 시끄럽게 하면 진짜로 신고해버린다, 별하나 달고 싶어? 어?절루가!!!!!!!!!!!!!!”

저 찍소리도 못하고 구석탱이에서 손들고 꼼짝 말고 서있었습니다.  엉엉엉

이런게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닙니까?! 둘이서 짜고는 사람 간 떨어지게 만들고,, 그리고 어떤 와이프가 남편을 신고한답니까? 아무리 장난이지만 이게 말이나 되냐고요.네? 

아무튼 저 그날 돌아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남자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겁이 않나겠냐 고요,, 무섭지,,,상당히 무섭습니다. 그것도 즐거운 추석날에 말입니다.

저 살다 살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리 짜고 그런다지만 우리 와이프 너무 한거 아닙니까?

그날의 상황은 은팔지를 풀면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큰 교훈을 얻었지요.

일딴 돈은 모두 아내의 손에 들어간다. 그날 딴 돈들 아내에게 압수당했습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맞는 추석 이렇게 날리 법석을 떨며 보냈습니다,

참 우리 집 역사에도 없는 은팔찌 까지 차보면서 말이지요,,

그리고는 다음날 집으로 돌아 오는길,,,

장인 어르신은 그동안 피와 땀으로 농사를 지어 맺은 결실인 고구마, 감자, 고춧가루, 참기름을 한가득 챙겨 주셨습니다. 이 역시 추석을 즐겁게 만드는 것 아닙니까...

뭐하나 도와 드린 것도 없는데.. 참 감사 하더라구요. 빨리 돈벌어 경운기 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보청기도 해드려야 겠네요...

저 이날의 기역들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합니다. 적과의 동침이나 같은 상황 어찌 잊을 수가 있겠냐고요.

아내의 아이디로 글을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