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마다 출근을 위해 시내버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아침에 출근하는 중이었는데 시내버스가 대전역 앞의 정류장을 지날 즈음 웬 남학생 하나가 뒷좌석에서 뛰쳐나오면서 내리는 쪽의 문짝을 급히 두들겼습니다. "아저씨, 문 열어주세요!" 그러자 버스기사는 이미 지나쳐 버린 버스정류장이었기에 잠시 더 달리다가 하지만 곧 버스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버스의 뒷문 대신에 앞문을 열고는 그 학생을 자신이 운전하는 위치까지 오도록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하는 말이 "야, 임마. 내릴 거면 미리미리 정류장 못 미쳐 벨을 눌러야지 다 지나고 난 뒤에 누르면 어떡하냐? 내 말 틀렸냐, 이 XX야."라고 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아마도 아침 일찍 등교하느라 고단하여 잠깐 졸았던 탓이었지 싶었습니다.
순간 학생의 얼굴은 극도의 불쾌함에 일순 일그러졌지만 군말 없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거게 승객들의 표정은 금세 동병상련과 이심전심의 분노가 촉발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실수를 조금 했기로서니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학생에게 칭찬도 아닌 욕을 하다니요... 버스요금이 오른 지도 얼마 안 되었기에 버스 기사의 대 고객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길 기대는 못 할 망정 최소한 고객에게 욕을 해서야 어디... !
여하튼 아침부터 기사에게 싫은 소리를 하여 괜한 말싸움을 하기는 싫었기에 묵묵부답으로 버스를 타고 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이 떠올라 이처럼 펜을 든 것입니다. 떡을 맞추려 방앗간에 가면 우선 쌀을 빻아 곱게 갈아야 합니다. 그렇게 곱게 갈아야만 비로소 맛난 떡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말(言)이라는 건 그렇지 아니 한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의 말은 할 수록 거칠어지기만 할 따름이기 때문이죠.
무릇 사람의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인 이유는 잘 듣고 심사숙고하여 말을 신중하게 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입을 일컬어 '구시화문'이라 하셨던 것이겠지요. 또한 말이란 어쩌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과 아내에게 배우자가 사랑과 격려가 듬뿍 담긴 말 한마디를 해 주면 그게 바로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인 것이지요. 그러함에도 그런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엔 너무 많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말이라는 건 일단 뱉으면 다시는 줏어 담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하기에 그 말 한마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반면 때로는 평생의 짐이 되고 복수를 부르는 따위의 업보도 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라도 '말조심'을 해야하는 것일 겁니다. 말(言), 내 신체에 달린 입이라고 하여 함부로 마구 뱉는 일은 지양해야겠습니다. 아침부터 괜스레 욕을 얻어먹었던 그 학생이 행여 그 불쾌했던 감정으로 말미암아 면학 분위기마저 해치지는 않았을까... 우려되는 어제 아침의 단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