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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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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5-08-24

서울 구로구 가리봉

옥이는 그 동네가 사람들이 말하는 공순이 공돌이가 사는동네인줄 정말 몰랐다

자고나면 밤과 새벽 사이에 보따리 들고 도망갔다고  내돈 띠어 먹고 갔다고 울고 불고 찾으러다니고 외 상값이며 옷 가게 부식 가게 여기 저기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욕들을 하며 소리지르고 울고 난리들이다

옥이는 그 모습이 정말 생소하고 이런 일들이 세상에도 있구나 싶고 그 광경들이 옥이눈에는 영화처럼 신기하고 두려울뿐이다

그리곤 어느새 그 방엔 다시 여자 남자 다른 사람들이 작은 보따리 들고 들어오고 못질을하고 흐릿한 형광등을 사다 갈고 장판지를 갈고 벽지를 바르고 주인들은 와서 기웃거리며 식구를 속이고 온건 아닌지 걱정을 하며 항상 하는말이 수도세 전기세 아끼라고 부탁한다

옥이도 그렇게 그런말을 듣고  저 사람들처럼 분주히 움직이며 이사 보따리를 풀었었다

보따리라야 이불과 옷가지들  그래도 옥이는 결혼을 했다고 농과 화장대가 있엇다

"결혼을 했어요 ? 그럼 농도 잇겠네 그쵸?"

그말에 옥이는 이상했다

남자 여자가 같이 살면 으례히 농과 가구가 있어야 한다고 여직 믿고 있엇던 옥이한테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이 정말 이상하고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황당 했엇다

"아구 정말 이삿짐이 많다 저게 다어디로 들어가지 "
"그러게  정상적으로다가 결혼을하고 살림을 나는게벼 그러니 저리 많지 얼러리어 농도 크여 9자는 되나벼여 비쌀텐디 그래도 비싸보이진 않은것 같구먼"
동네 여자들의 수다에 옥이 귀가 커지고 맘이 심난하고 무섭고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와 있는것 같다

'어디가 고향이래요?"

"몰라요 나두 지금 아침먹고 나오는거구만요"

"보아하니 여기서 살 여자 같지 않구먼 순하게 생겻어 서울이 첨인것 같여요"

'그러게 이쁘진 않아도 순진하겟네 ~잉  참말로 여기서 살라고 온것 본께 신랑이 많이 배우진 못햇는게비네 "

"아고 그래도 그러지 말아요 저 사람들 들으면 기분 나뻐유 `어디 사는게 배운걸로 가남유 아~저기 성진이네 봐유 신랑이 맨날 하얗게 와이셔츠 다려준거만 입고 다님서 잘날척 깨나 하드만 맨날 싸우고 애편네 때리고 머가 좋아유~"

'맞아 그렇긴 하지 하루 벌어 먹어도 우리가 좋지 멀 "

"맞아유  때리길 해유 술을먹고 주정을 해유 아니면 밤을 그냥 지나가유 맨날 도장 찍어 주잖여유~ ㅎㅎㅎㅎ"
그말에 까르르 넘어가고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옥이 방안을 울리자 옥이가 얼른 뒤돌아 본다

혹시 흉거리가 잡혔을까 옥이가 눈이 둥그래 진다

하지만 낯선곳이고 낯선 사람들이라 서로 눈이 마주치자 동네 아낙들의 수다와 호기심에 푹~죽고 양쪽다 고개만 잠시 숙인다

그래도 옥이 신랑은 말없이 못도 박고 장판도 갈고 농을 어디다 놓을건지 옥이한테 자상하게 물어 옥이가 편한데로 놓는다 그밑에 어디서 놨는지 화투장으로 높 낮이를 맞춘다

초 겨울이라 바람이 쌀쌀한데도 동네 아낙들의 기웃거림은 줄어들지 않고  말도 많아진다

"새댁~"
"녜? 왜요"

옥이가 대답과 물음을 동시에 한다

'아니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디서 오는거여 ? 짐도 많드만 다 새거든데 바로 사서 오는가벼 "

"ㅎㅎㅎ 아니요 신혼 여행 갔다와서 좀 잇다가 방 얻어서 오는거예요"
"잉 그려  신혼 여행 후~우린 신혼 여행인지 먼 여행인지 그런거 모르고 여적지 살아삣는데 그런것도 다 하고 온감네 잉~  난 언제 그런거 한번 해보고 올랑가 몰러 "

"머 그런 여행 소리듣고 그러여 나두 못가도 매 안맞고 잘 살잔여요~갔다 온 사람이나 우리나 밥 세끼 먹는거 같구먼유 그러니 그런거 걱정일랑 말아유~ㅎㅎㅎ아고 이런 내가 말 실수 햇나벼유 새댁 한테 나쁘게 들으라고 그런거 아뉴 우리끼리 한 말이유  나쁘게 듣지 말아유~알았쥬?"
"녜,,,"
"어디서 오는거래요? "
"강원도요"
"오메 강원도 거기 사람들이 좋다느만 그래서 순진하고 순하게 얼굴이 그래 보였스 내가 참말로 잘 봤지 어디 ?어디여?잉 "
"춘천요"
"춘천?"

"오메 말로만 듣긴 들엇는디 산도 있고 물도 말고 좋다느만 새댁도 좋아보여 잉~"

옥이는 말억양으로 전라도란걸 알고 마음이 무섭다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들이 무섭고 독하단 말에 옥이가 조심스러워진다

"새댁 우리 참말로 잘 지내보셔잉~ 우린 조기 조기 조 큰집 뒤에 사는디 밥만 먹음시 여와 산당께 모여서 지짐도 해먹고 남 흉도 보고 하하하 그래도 쌈날질은 안항께 맘 놓고 우리랑 노러 잉~"
"그러유`난 충청도라 맨날 느리다고 머라하고 그러는디 그래도 좋아유~사귀고 보면 다 좋아유~난 강원도가 좋드만 잘해바유 우리 나두 잘헐라니까유~"

옥이가 웃으며 대답을 한다

농도 들어가고 화장대며 서랍장이 들어갔다

그게 다다

가전제품도 없고 옷가지들도 많은게 아니다

사방 9자 8자 방에 그렇게 들어가니 옥이가 해온 요나이불이 다 펴지질 않는다

그릇은 다락에 박스채 올려놓고 주발 두벌 수저 두벌 공기 반찬그릇 몇개 내놓고 나무 베니아 찬장을못을 벽에다처 걸고 부엌은 옥이가 재빨리 궁뎅이를 돌리면 수도꼭지에 궁뎅이를 박고 다시 돌면 찬장에 머리가 닿는다

구부리고 앉아서 살살 돌아야 하고 천천히 일어나서 찬장문을 열어야 한다

신발은 부뚜막 옆에다 놓아야 부엌바닥에 물을 버려도 젖질않고 새먹이 같은 세숫대야는 안쪽 구석에 세워 놓아야 옥이가 반찬하려고 부엌바닥에 앉을수 있다

그래도 불편한건 없다

친정에 있을때 부엌이 커서 여기저기 치워야하고 빗자루로 쓸어야 하고 물로 끼얹어서 바닥을 닦아야 했지만 가나했기에 거기에 습관이 들어서 옥이는 아무렇지도 않다

"자~다 됐다  힘들엇지? 이사하고 물건 정리하고 많이 피곤해 /이리와바 내가 어깨 주물러 줄께 응? "

"아니 갠찮아요 혼자 다 해놓고 멀  근데 저녁은 ...."
"저녁? 우리 짜장면 사먹을까 오늘 이사도 했는데 외식하자 응?"

옥이가 웃는다

둘다 짜장면이 제일 큰 외식이고 가장 비싼 음식이다

둘이 작은 방에서 돌아서서 등을 대고 옷을 갈아입는다

방이 작아 둘이 서면 붙어서야 할정도다

그래도 둘다 빨리도 갈아입고 돌아서서 웃는다

그 작고 볼것 없는 방에 무엇이 좋은지 둘은 하루종일 있었어도 손한번 안잡아본걸 지금에서야 알고 둘이 꼭 끌어 안는다

아홉자 농과 서랍장 그리고 옥이와 신랑이 그 방안에 꽉 들어찬다

불도 안켜고 둘이 살살 걸음질로 돈다

"우리 잘 살자 내가 열심히 돈 별어다 줄께 알았지? 엄마 보고싶다고 울지말고 토요일마다 내려가면 되니까 응?여긴 서울이니까 아무나 만나지 말고 어디 가자고 해도 가지 말고 집에서 멀리 가지말고 집도 못찾아올거니까 문도 꼭걸어 잠그고 알았지?"

옥이가 신랑 품속에서 고개만 끄덕인다

'나만 믿고 살어 내가 널  사랑하니까  이맘 변치않고 나두 잘하고 살거야 난 행복한 가정 갖는게 내 꿈이니까 우리 잘 하고 살자 응? 사랑해"
옥이가 품속에서 얼굴을 들고 바시시 신랑 얼굴을 보고 웃는다

신랑이 옥이 이마에 뽀뽀를 해준다

벌써 밖은 캄캄한데 언제 나가서 짜장면을 먹으려고 그러는지  아직도 둘이 붙어서 빙빙 돈다 작은 쪽 창문에서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연탄불도 피워야 할텐데  옥이가 생각을 한다

"우리 얼른가요 먹으러"
"어? 그래 가자 잊어버렸네 옥이 안고 있다가 ㅎㅎㅎㅎ"

신랑이 마냥 신이 난다

넙적하고 피부가 흰 신랑 얼굴에 색시와 가구와 살 집이 생겨서 아무것도 부럽지 않은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