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심에서 계절의 변화를 쉽게 느끼질 못하지요.
밥상에 오르는 채소나 과일을 보면 제 철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을은 어느새 성큼 문지방을 넘어서 있네요.
길을 걷다가 문득 스치는 바람이 다르구요,
풀이 말라 가는 냄새와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들꽃들,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매운 냄새를 풍기면서 말라 가는
멍석 위의 빨간 고추냄새도 코끝을 자극합니다.
조금씩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숙인 고개를 흔드는 벼이삭과
정겹게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논으로 모여드는 참새떼와
손대면 푸른 물이 쏟아질 것 같은 파아란 하늘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구름이 만들어 내는
갖가지 동물들도 한없이 선사 받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그래서 색깔의 계절이고
풍요의 계절이고 사색의 계절이나 봅니다.
이젠 풀도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둑에 난 풀도 말끔하게 정리하고 벌초도 해야 합니다.
만나는 모기도 입이 비뚤어져 있습니다.
오늘은 더위가 물러 가다는 처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