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내리는 초 저녁이다.
낮에 그나마 반짝 해가 떴기에 침대 커버도 세탁하여 말리고 이부자리 일광욕도 시켰다.
휴가 5일이 빠르게 지나고 내일 부터는 다시 바쁜 일과 속으로 되돌이 하는데
밀린 일들을 사전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였으니 홀가분 하면서도 왠지 마음 한구석
철석이는 파도 소리 한번 못듣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나 싶어 슬쩍 아쉬움도 파고 든다.
짐스럽던 피아노 정리도 하고 AS 시간대를 제때 못맞춰 휠터 교환이 늦어졌던 정수기에
맑은 물도 흐르게 수리 받았고,딸 아이방 침대 위치도 가로에서 세로로 바꿔주면서 새로운 분위기로 변신하게 하였다.
휴가 중간 즈음 아르바이트 끝나는 시간에 딸과 만나 강남 터미널
꽃상가에 들러 조화지만 아이비 푸른 넝쿨과 색 고운 장미를 구입하여 현관에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욕실 문에 아름드리 장식도 하였다.
사는게 고단하여 몇 년간 어수선 시절에 관심도 없던 일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꽃도 눈에 보이고 예쁜 그릇도, 장식품들도 다시금 전처럼 눈에 가득 들어와 앉는다.
욕실 문장식을 하고 남은 재료로 커다란 유리볼에 테두리
장식을 하고 그안에 하얀 돌을 담고 물을 찰랑 부운 뒤 동동 뜨는 초 몇 개를 띄워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참 좋다~
냉장고를 청소하고 유효 기간 지난 음식물들을 정리하고 집안 구석 구석 안보이는
먼지도 털어내며 지난날 전업 주부였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듯 여유롭고 편안했다.
어디 집안 청소만 했을까?
미리 예약을 하고 치과에 가서 미뤘던 치아 스케일링까지 받고 보니
내안에 청소까지 야호~~완성이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까지
선명하게 그리고 오지는 비록 못했지만 마음 가는 친구와 맛있는 밥도 술도
거나하게 한잔했으니 그역시 상콤한 행복이었어라~
PS--초 저녁에 글머리를 잡고
그사이 MT갔던 딸이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재잘 재잘 즐거웠던 팬션에서의
하루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둠이 짙은 밤에 글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휴가다운 휴가를 못 보낸듯 하지만
한편 어찌보면 휴가가 아니면 안되었을 일들을 계획표대로 실천하였으니
딩 동 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