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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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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길을 가는 친구


BY 백양산 2005-08-03

가끔씩 이방에 들어와서 다른사람들의 고통스런 삶을 엿보게 된다.

왜냐하면 나약하고 나태한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라고 할까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는데 내 고통 쯤은 아무것도 아니란걸 알기 위해서이다.

 

결혼이라는 굴레에 씌여 수많은 고통을 견디며 참고 살면 행복한 날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못된 단추를 이제라도 바로 잡아보겠다고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동갑내기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친구는 참으로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자라온 환경도 성격도 나보다 훨씬 좋고 자신만의 가치관이 아주 분명한 배울점이 많은 친구이다. 

허나 이 친구는 내가 불교 경전이나 스님의 법문을 통해서 알게된 세상의 이치를 얄미우리만치 잘 알고 있는 친구이다.  결혼전에는 가톨릭신자였고 집안도 그렇다.   

그래서 종교가 필요없는 자신만을 믿는 친구이다.  그 자신감이 때로는 내 가슴을 허전하게 하면서도 자주 만난다.

 

내가 세상에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고 긍적적으로 바뀐것은 순전히 종교를 가지면서 달라졌다.

배우자의 선택 기준도 종교가 다른사람과는 하지 않았고 친구들도 같은 종교인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지않아 친한친구들 중에는 나처럼 절실한 종교인은 없다.

 

나와 다른 길을 가는 벌써 연락을 끊은지 상당히 오랜된 친구가 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최근까지 그 친구와는 평생을 같이 할 친구라고 여겼건만 내 우물안 사고방식의 종교관 탓이였을까  얼마전 내 스스로 친구에게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선언을 하고 말았다.

 

평소에도 자기 주장 강하고 연애도 서툴던 친구는 올해초에 친척언니의 권유로 하나님의 교회라는 여호와증인과 비슷한 맹신자 기독교회를 가게 되었다.

 

개인사무실을 가지고 그래픽디자이너일을 4년간 하고 있다가 경기불황으로 작년12월말에 종지부를 찍었고 지금은 집에서 프리랜서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종교가 없었던 친구라서 그런것과는 상관없이 거부감없이 말을 할 수 있었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나 나나 정신적인 방황이 많았던 탓이었을까  친구는 정신없이 그 종교에 빠져들게 되었다.

친구는 오랫동안 방황하던 자신이 가야할 길과 진리를 찾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사실 그 친구와 나 사이에는 남편과 얽힌 조금은 껄끄러운 일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인가 친구의 심경에 변화가 많이 왔던것 같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별로 큰일도 아니었고 남편을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자존심이 세고 자기주장 강하던 친구는 그때 남자에 대한 실망이 상당히 컷었던 것 같다.

 

점점 그 친구는 나에게 복음을 전해야한다며 전형적인 맹신자 기독교인의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몇번을 전화로 종교적인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말로는 당해낼 자신이 없어서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친구는 오랜만에 우리집을 방문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교회의 아는분을 대동하고 성경을 들고 같이 왔었다. 

나를 설득하기 위해 내가 잘못알고있는 세상의 진리와 이치에 대해 오로지 하느님을 믿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생과 영혼 윤회를 믿는 나로서는 죽으면 아무것도 없고 하느님에 의해 심판받고 자신들만이 선택받아 부활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었다.

 

묘하게도 친하게 지내는 언니중에는 여호와증인도 있는데 나름대로 종교적인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들의 교리를 거부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해석이 다를뿐 그 언니와는 그다지 큰 문제는 없었다.

 

흔히들 여호와의 증인을 사이비라고 말하지만 어느 종교든 너무 빠지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종교에서 가르치는 기본교리는 나쁜것이 하나도 없고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전파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종단을 유지하고 교세확장을 하기 위해서 사이비 종교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20대초반 소심한 성격과 정신적인 방황으로 힘들때 대중적인 종교 불교에 입문했고 사찰 종무소에서 4년을 근무했었다.  그러면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불교적인 시각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길들여져 왔다.

 

그런 내가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가치관을 뒤 흔드는 종교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내가 친구에게 하나님을 믿지 말라고 한적도 없었고 내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한적도 없었기에 친구의 행동이나 말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들은 심판의 날이 도래하고 세상의 종말을 말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지만 영원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태초에 세상이 열렸다면 종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끝이 있으면 다시 시작이 있듯이 계속 돌고도는 이치를 안다면 앞으로 언제 올지도 모를 미래에 대해서 천문학자라면 다 알 수 있는 광활한 백천만겁의 우주들과 태양들과 별들중에 속해있는 먼지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종말을 두려워하고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구원을 얻지 못한다며 다른 종교는 다 거짓이고 자신들만이 진리라는 말에 현혹될 수는 없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해못할 일도 없고 화가나도 참을 수 있고 나에게 다가올 수많은 인연들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란걸 알고 있지만 친구의 말을 더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친구에게 종교적인 문제를 가지고 그런식으로 나를 설득할려고 한다면 더이상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친구는 그럴 자신이 없다고 했고 나또한 더이상 친구를 볼 자신이 없었다.

 

내 삶에서 종교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멀어지는 사건이 생길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었다.

한동안 괴로워서 스님한테 묻기도 하고 내가 가입한 인터넷불교클럽에 글도 올렸었지만 답은 하나였다.

 

그 친구와의 인연이 다 되어서 이거나 아니면 괴로워도 내가 친구의 말을 다 들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되지 않는 것은 일상적인 얘기는 할 수 있지만 내 성격상 평소에 친구와 자주 나누던 대화들은 좀 진지하거나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바라보고 토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전에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끝없이 부딪힐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피곤해질 것이고 자꾸만 다투게 될 것이다.

한동안 친구가 매일 생각이 났다.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시간이 흘렀고 가끔 꿈에도 나타나지만 꿈속에서도 친구는 나에게 복음을 전한다.

나는 친구에게 다시 돌아올 수 없냐고 했지만 친구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일들과 인연들이 결국 다 내가 만든 것이란걸 알면서도 괴로운건 아직도 내가 친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 친구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내가 그 친구와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이상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로 단 한번의 전화도 하지 않았고 친구역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야속한 기집애 우리가 그정도 사이밖에 되지 못했구나.  나는 아직도 네 생각을 많이 하는데 너는 조금이라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전화를 하면 또 너랑 말다툼 할까봐 쓸데없는 이야기로 서로 피곤해하고 핏대세울까봐 겁이난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힘든세상에 살아가는데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로 서로 다투는 걸 보면 너와 나는 똑같은 인간이구나. 

 

너는 내가 보고싶기나 한거니 언젠가 한번쯤은 연락을 하게 되겠지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결혼소식은 없는 거니 설마 결혼할때도 연락을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

 

내가 맘이 넓지 못해서 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맘이 더 커져서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