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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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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BY 최지인 2005-07-26

 
작가 : 최지인
 

오지랖 넓은 사람을 남편으로 가진 나,
아~~힘들다..

어제 늦은 저녁,
간만에 폼 잡고 책좀 읽을려고 했더만
내일 상가 사람들이랑 콩국수 해먹을까 싶다고
콩국물 좀 만들어 달란다..흐이그^^;;
그기 그리 간단한 건줄 아는쥐..

부랴부랴 콩 불려 삶아서
믹서기에 대고 갈고 있는데
"봐라, 좀더 고소한 맛좀 내려면 어찌해야 하지..?"
하이고~참말이지 내가 몬살아요 몬살아..
요리에 관해선 나보다 훨씬 우위를 점령하고 있는 사람이니 뭔들 모를까..
대놓고 말은 못하고 저 돌려서 말하는 폼새라니..
내가 숙여야지 어쩌겠어..ㅋㅋ

얼른 슈퍼로 뛰어내려가 땅콩을 사왔는데
딴에는 좀 싸게 먹히자고 안깐 땅콩을 사왔더만
흐미..요것이야? 덜 볶아진 건지 껍질이 잘 안벗겨져야..휴~~
다시 후라이팬에 볶아 봐도 여전..
할 수 없지 뭐,,,일회용 장갑 끼고 손톱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밖에..
들들거리면서 땅콩까지 갈아서 국물 준비해 놓고
오이 채썰어 봉지에 넣어 놓고, 달걀도 몇 개 삶아서 까 넣고..

그러다 보니 학원 간 딸아가 들어오는 시간, 12시 30분.
치울 거 치우고 정리해 놓고 잘려니
몸은 피곤한데 잠이란 놈이 어디론지 정처없이 달아나 버리고..

이리 저리 뒤척이다 보니 뜨악^.^
벌써 새벽 2시를 향하는 시계 바늘..
으악, 이러다 내일 죽었다..zzzzzzzz(억지로 잠을 잤음)

아침에 일어나서 보따리 보따리 싸 내놓으니
남편, 쬐매 미안한지 한 마디
"콩국물 니 몫 좀 남겨 놓았다가 나중에 앞집이랑 한 그릇 하지 와.."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리..
"됐네요, 난..나중에 냉면 한 그릇 만들어 주던지.."
스리슬쩍 남편에게 빠져나갈 수 없는 숙제 던져 주는 것으로 일단락.
다가오는 일요일, 어쩔 수 없이 마누라한테 냉면 사발 디밀게 생겼는데
그래도 좋다는 저 표정..그래서 부부인가부다..ㅋ

하긴..
오늘같이 더운 날 얼음 동동 띄운 콩국수에
야리야리한 단배추와 열무솎아서 버무린 김치 얹어서 한 그릇 때리면
더위야 저리 가라~~~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