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동기생들도 많았고 모임도 있었지만 직장 동료보단
학교 친구들과 더 자주 만났었다.
그래서 당연히 내성적인 난 남자동기생들과는 더
친밀감이 없었다. 고작 안녕하는 인사만 나눌
뿐.. 그렇게 난 무난한 사회생활을 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97년 어느 봄날 문서를 들고 왔다갔다하는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제대후 재입사했던 남자동기생이었다. 예전엔
삐쩍말라 키만 컸던 그 아이가 제법 살도 오르고
키가커서 그런지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변해있었
다.
구내식당에서 볼때도 신경쓰이고 횡당보도나
은행을 갈때도 그앨 만날까봐 신경쓰이고 떨렸
다.
4개월 전까지만해도 만나던 친구와 헤어져 슬퍼
하고 있던 나인데 이젠 그앨 본순간 그전일은 모두
잊혀져갔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사귀는데 경솔한 사람은 아니
다. 아뭏튼 인연은 따로 있다는걸 깨닫는 순간이
었다.
그앨 지켜보게되니 자연적으로 동기모임도 빠지
지 않고 참석하게 되었고 그애가 있는 저녁 회식자
리엔 꼭 가고싶었다.
친한 여자동기에게만 그앨 좋아한다고 얘길하고
일부러 저녁약속도 잡아서 함께 놀며 지냈다.
그앨지켜보던 두달이 지났을때 내성적인 내가
그애에게 먼저 대쉬를 했다. 영화를 보여달라
고...지금생각해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
지....
비록 영화를 보진못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놀다 헤어지면서 난 그애 삐삐에 음성을
남겼다.
내가 맘에 들면 내자리 교환번호를 누르라고 싫
으면 말고....
10분..20분쯤 지났을까 사무실에서 쓰는 내자리
교환번호가 한번 두번 울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혹시 번호가 안찍혔을까봐 확인
차 두번 보냈다고 했다. 어쨌든 그때부터 우린
연인 사이가 되었다.
사내연애를 해본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회사
복도에서 마주칠때 어느날 모임에서 마주칠때도
몰래데이트 땜에 눈빛으로 말하는......
퇴근후 회사근처에서 조금 떨어진 놀이터에서
만나 뒷골목으로 걸어다니며 했던 데이트...
아는 사람 만날까봐 조마조마 했던 데이트...
회사옆 슈퍼에서 만나 우유마시며 했던 데이트....
지금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렇게 2년을 만나던 해 가을에 우린 결혼을 했
고다섯살 아들, 세살난 딸을 둔 아빠 엄마가 되었
다.
연애 할때도 아기자기한 맛이 없어서 가끔 잘
토라졌었는데 결혼해서도 똑같으니 놀란만한 속았
단 생각은 안든다.
시댁식구들로 화날때도 다 받아주는 우리 착한
남편 빠듯한 살림인데도 장인어른 보험까지 챙기는
우리 믿음직한 신랑......
그때 그애에게 대쉬하지 않았다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어느새 서른두살 아저씨,아줌마가 되었지만 우린
항상 영원한 친구처럼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건
강하게 평범하게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자기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