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동생과 난 체질상 소식가이다. 그건 우리 엄마를 닮아서 그렇다. 엄마 형제들 중에 엄마가 음식을 제일 가려서 몸이 약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큰동생이 음식을 유별나게 가리는 건 엄마의 유전성을 고스란히 외탁을 한 것이다. 근데 난 소식을 하긴해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데 큰동생과 옆에서 같이 음식을 먹으면 짜증이난다. 반찬이 맘에 안들면 인상을 신문구기듯 구겨 가지고 몇젓가락 반찬을 찝적거리다가 밥 반공기만 억지로 먹고 만다. 그러니 엄마는 때마다 한숨을 쉬날이 더 많다. 엄마의 인상의 고기압 저기압은 동생 밥 먹는양으로 기후 변화가 온다. 반찬 투정을 하면 밥을 확 빼앗아 버리던지, 안그러면 굶던지 말던지 내버려 두라고해도 엄마는 때마다 날마다 매년마다 마흔세살이 된 중년의 아들앞에 시녀가 되어 있다. 입맛 까다로운 임금님상에 음식을 올리고 하녀같은 존재로 자리를 잡고 계신다. 난 그래서 이제는 무관심으로 아무말도 안한다. 내 밥만 먹고 못본척 방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집으로 얼른 와 버린다.
열흘동안 막내동생네 간다고 할 때 엄마는 또 큰동생 밥걱정을 하셨다. 내가 걱정말고 밥 잘 챙겨줄테니 다녀 오시라고 했지만 엄마는 매일 아침에도 전화를 하시고 저녁에도 전화를 하셔서 큰동생 밥 먹었는지 꼭 확인을 하셨다. 난 큰동생이 안 먹었어도 많이 먹었다고 말을 하게 되는 요령을 피우기까지 되었다. 사실 큰동생은 엄마가 안 챙겨주니까 더 잘 먹는다. 난 있는 재료로 두어가지 반찬을 해서 밥상을 차리면 동생은 인상도 안쓰고 밥 한그릇을 맛있게 후딱 먹어치운다. 내가 차린 반찬은 큰동생 위주로 하지도 않을 뿐더러 맛도 없을 수도 있고, 큰동생이 많이 먹든 덜 먹든 잔소리도 안하고 편하게 먹게 내버려둔다. 우리 아이들에게 난 먹어라 먹어라 그런말 잘 안한다.그냥 뭐 먹을래? 먹기 싫다고? 그럼 조금만 먹고 이따가 너 먹고 싶은 빵을 먹든 라면을 먹든 해라.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자기가 먹을 밥은 자기가 뜨게 한다. 엄마는 큰동생 많이 먹으라고 밥을 가득뜨거나 꾹꾹 눌러서 뜬다. 그럼 큰동생은 인상을 쓰고 밥통에 밥을 확 덜어버린다. 오늘도 난 동생 밥을 뜰 때 한그릇 못되게 푸슬푸슬 담았다. 그러니까 큰동생이 음식을 심하게 가리고 밥상을 놓고 인상을 쓰는 건 엄마의 탓도 무시를 못한다. 우린 소식가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틀리고 생김새가 틀리듯 먹는 양도 타고 난다고 본다. 대식가들은 밥은 밥대로 다 먹고, 빵 배 따로 있고, 과일 배 따로 있고, 간식배 따로 있다. 근데 나나 큰동생은 내 양의 밥을 먹고나면 과일 한조각 외엔 다른 건 바로 먹질않는다. 아무리 맛있는 먹거리가 있어도 소화가 어느정도 돼야 먹을 수가 있다. 그걸 엄마는 잘 모르시고, 남의 자식 대식가들을 제일 부러워한다. 엄마를 닮아 소음인데다가 소화력도 약하고 식탐이없는데 그걸 어쩌시겠다고 날이면 날마다 그러시는지 나도 답답하다.
지구상 사망을 하는 이유중엔 나이가 들어 사망하는 걸 제외하고 크게 두가지라고 한다. 영양부족과 영양과다. 선진국에선 사망원인 첫째가 비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영양과다는 무서운 병을 초래하게된다. 우리나라도 영양과다로 인해 성인병이 생겨서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외할머니는 올해 95살이시다. 마른나뭇가지처럼 바짝 마르셨다. 우리 아버지쪽은 단명을 하셨다. 다들 비만이 있어서 고혈압과 신장염으로 돌아가셨고 작은아버지 두분은 뇌출혈로 반신불구가 되셨다. 그러니까 나와 큰동생은 엄마쪽 유전자를 받아서 마르고 소식가이다. 막내동생은 아버지 유전인자를 그대로 닮아서 살이 올라서 혈압이 조금 높아진다는 진단을 받고, 집에서 직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살도 많이 빠지고 건강해졌다. 그걸 엄마는 잊고계신다. 아버지를 일찍 잃은 원인이 뭔지를 잊어버리셨나보다. 내가 막내보다 큰동생이 큰병없이 오래 살거라고 설명을 해도 엄마는 살 찐 사람들을 부러워하시며 큰동생 마른거에 대해 엄청난 집착을 하신다. 그러다보니 큰동생은 스트레스를 받아 먹기를 거부하고 엄마가 음식을 큰동생 앞에 들이미는 걸 치워버리고 자기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린다.
“밥 먹었어? 아침?” 뒤집어 지도록 웃음이 터지는 엄마의 별명이지만 그 속엔 엄마의 엄청난 집착과 고집이 들어있다. 큰동생의 반찬투박과 먹기를 거부하는 고질적인 버릇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