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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길- 대포한잔과 김치 한조각


BY 달팽이 2005-06-10

8월의 막바지 더위처럼 나뭇잎에 가려진 복숭아와 숨박꼭질을 한다.  숨은 차오르고 옷은

땀으로 젖어있고....... 꼴각! 삼키는 침마져 목젓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 듯하다.

하루 대여섯상자가 고작이었지만,  보름에 한번씩 모아둔 경매전표를 농협에서 현금으로 찾아왔다.  그날이 우리 가족의 회식날

귀한 고기가 상에 올라온다.  "와 불고기다. " 마파람에 개눈감추듯 한그릇 뚝딱!

거기에다 이웃 농장에서 받은 수박을 한통깨어  거한 후식까지

이날 만큼은 행복했다.  "맛있게 먹었냐"  아버지는 흐뭇해 하셨다.

새벽6시.... 매일 이시간이면 붉은색의 들통을 아버지의 짐자전거에 실어 2k떨어진 동네 대포집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는 일이었다.  키우는 개와 오리 그리고 닭들에게 줄 짬방  바로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식찌꺼기를 실어오기위해서이다. 동물에게 줄 사료사는것 마져 부담 스러웠기때문이었다. 공판장과 집과의 거리가 멀어 중간지점인 대포집앞에 세워두고 집에오는 것이 하루일과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바쁠것도 없어 아버지를 기다렸다. 30여분후 고깔모자를 쓴 아버지가 언덕아래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얼른 달려갔다.

"오늘은 많아 나왔던가요.  우리께 제일 좋았나요"

"그래, 오늘은 좀 등급을 잘 받을 것도 같은데...근데 오늘은 왜 집엔 안가고 있었냐  잉

뭐 먹고 싶은게 있냐!"

"음~ 아뇨. 그냥!!!"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허름한 동네 당골 대포집에 갔다.

"에고 오늘은 딸래미하고 왔네"

아주머니는 늘 그렇듯 스텐그릇 가득 뿌연 대포한잔에  김치대여섯게 든 그릇챙겨주시며

"오늘 딸래미 와서 내오늘 계란마끼 특별 써비스"

손가락 두개만큼은 두틈한 계란말이에 케찹이.... "와 정말 맛있다  아빠 먹어보세요"

"니나 많이 먹어라"

아버지는 대포잔을 들고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으신후 숨 한번 들이키며 단숨에 마셔버리셨다.

"캬~ 역시 얼음동동 뜬 대포가 최고다" 하시며 손가락으로 넙쩍한 김치한조각을 드셨다.

매일 아침 아버지는 이 대포한잔에 갈증과 피로를 푸셨던것 같다.그리고 매콤한 김치한조각에 활력을 담아 힘들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 하셨으리라 짐작해본다.

먼훗날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아버지와 함께 오늘처럼 마주앉아 대포한잔 사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