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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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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할아버지의 고백


BY 헤헤 2005-06-01

 제가 페인트가게하는걸 아시는분은  아실걸요..^*^ 

거의 매일 한차례씩  저희 가게안으로 천천히 들어오셔서

"사장은 오늘두 일강겨?"
아니면
"왜 일 안갔어? 요즘에 일 안들으 와?"

이렇게 묻고 커피한잔 드신후 또다시 천천히 걸어 나가시는 분이 계신데요.
60대 초반 복덕방 할아버지세요.

 

저희가게 왼쪽으로는 한약방이 있고요. 그 한약방 할아버지는
개량한복에 빵모자를 쓰시고 아침이면 늘 저희가게 앞을 토끼뜀뛰며
왔다갔다 거리세요.인삼녹용 보약을 그득히 쌓아놓고도 운동만한 보약은 없나봐요.

 한약방 옆에는 소아마비아저씨 밧데리가게가 있어요.

그옆에는 방아간에서 시루떡 찔때 쓰는 네모난 스텐레스 찜통  가게가 있구요.

길건너 맞은편엔 고아형제가 운영하는 타이어 가게가 있는데
복덕방 할아버지 말씀이 고아 형제가 저 자리에서 월급받고 일하다가 그 점포를
인수해서 돈많이 벌었다고 성공한 사람들이라네요.

 

타이어가게 옆엔 태성만물이라고요..  얼마전에 헌책방이 생겼는데
그걸 볼때마다 제가 국민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와서
고등공민학교 댕길때 책구하러 청계천 헌책방 돌아다니던 생각이 나서
저길 들러야지, 들러야지...그러면서 저녁때가 되면
불이나케 집으로 돌아가느라 아직 못가봤네요...

 

저희가게 오른쪽으로는 전라도식당이 있는데
음식맛은 전라도맛이 아니라는게 사람들 평이구요. 식당옆에 샷시가게가 있고
그옆에 표구점이 있고 표구점 옆에
심심하면 저희가게를 한바퀴씩 돌아 나가시는 복덕방 할아버지 복덕방이 있지요.

 

한날은 남편이랑 같이 집엘 가는데
복덕방앞에 할아버지들이 떼로 모여있구요 두할아버지가 쌈이 붙었어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오르고 입술이 시퍼래진 복덕방 할아버지께서
어떤할아버지와 배치기로 밀어부치기를 하는거여요.

양손은 뒤로 뒷짐을 진채 배로 상대방을 퍽퍽 밀면서

"야, 이 개시꺄. 너오늘 죽어볼래---"

욕을 하세요.
할아버지들이 웅성웅성 말리는듯 하고
젊잖게 생긴 할아버지께서 뭐라뭐라 말을 하셨는데
아,복덕방 할아버지께서 냅다 윗통을 벗어서
땅바닥에다가  패대기를 치시더니

 

"그래. 이00새꺄, 나 간통으로 감빵갔다왔다.
나 간통으로 감빵갔다왔어.
어쩔래.이 00새꺄.."

 

악을 쓰면서 다른할아버지한테 달라붙으니
저희남편이 두할아버지를 뜯어 말리며 복덕방 할아버지께
참으시라고 해요.
할아버지는 말려주는 사람이 있으니 마구 더 길길이 뛰시며

'나 간통으로 깜빵갔다 왔다'고 고래고래 악을 써대십디다.

그래 저희는 그 상대편 할아버지를 에워싸서 밀어가며 반대방향으로
막 걸어갔어요. "할아버지께서 좀 참으세요." 그러니
이 할아버지는 고마운 기색을 역역히 띄우며 그자리를 피하시는데
저 멀리 뒤쪽에서 다른 할아버지들께 잡혀계신 복덕방 할아버지는
발길질을 해가며 여전히

 

"그래 나 간통으로 깜빵갔다 왔다" 고 악을 써대셔요..

 

아이고...누가 알았겠어요.. 그 젊잖게 생기신 할아버지께서
늘상 우리가게에 들려 장사가 잘돼얄건데 염려해 주시던 자상한
할아버지께서 간통으로 깜빵엘 다녀오신질 누가 알았겠어요.

 

본인이 목에 핏줄을 세워가며 "나 간통으로 감빵갔다왔다.'고
동네방네 고함을 쳐대니...알았지요..^*^

 

근데 그뒤로...영 할아버지께서 저희가게 발걸음을 안하세요..

 

공연히 안들어도 좋을 고백을 들어가지구
커피 손님을 잃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