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65

선생님의 비밀


BY 바다 2005-05-31

어제 새마을 문고에서 책을 빌려 오면서 딸과 나눈 대화다.

딸은 초등학교 3학년이고 늦둥이다.

 

"엄마  이건 비밀인데..."

간격을 좁히고 달라 붙으며 목소리를 낮춘다.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돼!"

 

"응"

 

"우리선생님이 해준 얘긴데..."

뜸들인다.

 

"엄마 진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래이"

"알았다"

 

"우리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말 안해 주었고

 다른반 애들한테도 말 안해 주었고

우리반에서만 얘기 했거든 .  비밀이라고."

 

목소리를 더 낮추고 주위를 휘 둘러본다

 

"아무도 안듣는다. 말해라"

 

"우리 선생님 애기가 있거든"

"알고 있다"

 

"딸인데 3살이고 이름은 00 이거든"

또 주위를 살피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니까 말을 중단한다.

 

"그래서 어쨌다고! "

소리를 질러 재촉한다.

 

발돋음을 하고 내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속삭인다.

 

"그애 동생이 선생님 배속에 있데.

 우리 선생님이  임신했다는 말이다 "

 

휴!  숨통막혀 죽을뻔 했다.

비밀 털어 놓고 나니 그 다음은 줄줄 나온다.

 

"그래서 선생님 소리 지르게 만들면 안된다 했다"

"그런데 남자 애들은 자꾸 떠들고 선생님 화나게 한다 아이가"

 

"오늘 급식반찬에 닭요리가 나왔어.

 선생님은 닭요리를 싫어하거든.

그런데 입에 조금 대어보니까 배속의 아기가 닭요리를 거부하지 않는거야.

그래서 계속 먹을수 있었지.

 

선생님이 반찬을 남기는 거는 아기가 거부해서 그런건데

우리도 따라하면 안된다 했다.

배속의 아기가 무슨 반찬을 거부하는지 궁금하네. "

 

"배속에 있는 아기가 선생님을 너무 힘들게 하거든.

 그래서 선생님이 일기검사도 자꾸 깜박 잊어버리는 거다 "

 

호기심 많은 우리딸

저혼자 임산부에 대해 관찰하고 해석하고 걱정하고 다한다.

 

그나저나 이제 한동안 선생님 젓가락 가는 반찬마다 눈들이 따라다니게 생겼다.

아기가 거부할까  안할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