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마음이 울적하면
차를 몰고 시내를 가로 질러 양산으로 빠지는
길 목을 거슬러 올라가면
금정산 정기가 살아있는
고즈녁한 아스팔트가 나타난다
일방 통행길을 맴돌아 올라 가노라면
아름들이 숲이 우거진 곳이라
자동차 창문을 활짝 열어둔다
파릇한 잎새들의 냄새는 마음을 정갈하기에 충분하다
시내의 공기와 확연히 틀리다
한가로히 노닐던 까치를 놀라게 하며
이렇게 한갖지게 돌아 돌아 몇 구비를 올라가면
절 입구에서도착 된다
경내를 들어가자면
주차비와 입장료를 주어야 하는 국립 공원인데
신도증을 보여주면
그냥 차를 몰고 들어갈 수가 있다
경내에는 일주문을 비켜가지고
주차장이 두군데 나 있다
나무를 바라보고 서 있는 커피자판기옆에
늘 내가 대던 자리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핸드백 속에 항상 가져 다니는
월성주 염주와 경책만 챙겨가지고
일주문앞으로 으로 간다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하고
들어간다
대 여섯개의 계단을 오르면
사천왕님이 네분이나 지옥고를 치르는 중생을
벌을 주시는 모습이 나타난다
두눈을 부라리고 있는 모습에 양쪽으로 절을 하면
세상의 땟국을 벗겨 주시는 것 같다
안으로 들어서면 곧은 길이 나타나는데
네모반듯하게 돌들을 놓아
일직선인듯 하나 약간 기울은 길을 올라가면
불이문이 나오고
계단을 가파르게 오르면 보제루와
범어사의 역사와 함께 하는 보리수나무가
턱하니 시야를 막아서는데
오른쪽으로 돌면 대웅전길이고
왼쪽으로 돌면 원주실과 공얀 간으로 갈 수가 있다
오른쪽으로 범어사 경내를 돌면
기념품 판매점이 보이고
조사전, 아미타전, 아미타전 앞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관음전, 대웅전, 지장전, 지장전 위쪽으로 커다란 바윗돌 위에
산신각
그 왼쪽으로 팔상전 나한전 ----
눈길로만 보고 대웅전 옆문을
살짝열고 들어서면서 반 배를 하고는
방석을 가져다가
한쪽에 놓고 절을 한다
오체투지로 정성을 다하여 하지만
언제나 머리속은 하얗게 아무런 기도나
나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것은 하나도 없이
15 배를 하고 나서 경책을 앞에 놓고 가부좌를 하여
석가모니 부처님과 독대를 한다
이 대웅전을 수 많은 마음 들이 오고가며
수도없이 들락 날락 거리며 좋은 마음으로 기도 하고
자신을 뉘우치고 자식 잘 되기를 기원 하고
수많은 기원들을 드리고 간 공간 속에서
고즈녁하고
텅 빈 한 낮의 대웅전에 앉아 있노라면
끝을 찾을 수 없던 그 복잡 다난한 사연들이 하나둘씩 씻겨진다
그리고는 그 고요와 함께
힘찬 맑은 에너지가 용솟음 치며 온 몸에 가득 해진다
진정하게 고운 기도들의 기운이 온몸을 감돌고
마음이 평화로와 진다
어떤 누구에게도 너그러워 질수 있는 마음 자세가 되어
생사가 존재하는 일주문 밖으로 용기 있게 나서게 한다
새벽 기도를 다니면서
가을에 떨어 지는 보리수 열매를 가공 하지 않고
드릴로 가운데 구멍을 뚫어 백팔 염주와
23개짜리 단주를 얼마나 만들었던 가
그리고 많이 나누어 주었던가
그리고 무엇을 위한 간절함이었는지
나쁜 것은 모두 피하여 가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인정받는 오늘들이 존재 하는 것 같다
여전히 그렇게 됨을 기뻐 하며 오늘도 즐거히
범어사 경내를 거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