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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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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또 웃는다


BY 동해바다 2005-05-22


     아들이 보고파 싸이클럽에 들어갔다.
     예전에 써 놓은 글을 보고 한바탕 웃었다.
     선비기질에 개그기질이 다분히 있는 녀석...
     이 엄마는 이렇게 웃는다.

     
     학원에서(1)

     간단하게 어제 11월 25일 학원 첫수업을 얘기해보자... 

     2시부터 시작된 논술기초에 대한 강의는 3시경 10분간의 휴식시간이 지난 후 다시 4시
     까지 장장 2시간동안 계속되었다... 선생님께서 재미있게 해주셔서 그다지 졸리거나 
     따분하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논술지도는 4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2시간동안의 반별첨삭지도였다...
     예상은 했지만 오랫동안 한곳에 있는것을 곰치국먹기보다 싫어하는 나로서는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남들 앞에서 싫은 티 내기도 정말...어려웠다.. 

     나는...D-3반에 배정받았다...열댓명 가량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우리반..담임선생님도 
     있었다....성균관대 사학과 나오신분이었다...몸매가 나를 닮아 (?) 아주...호리호리 하신
     분....왠지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도 싸가지 한 5%정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모습..오자마자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를 기대한 듯...하지만 교실분위기는 남극세종기지 마냥 냉냉했다... 

     "너 이름이 뭐냐?" 로 시작된 자기소개 시간...한 열명 정도가 지나고...그 열명중 기억나
     는 사람 한명도 없다..다 재미없어...말도 못해.. 
     시간이 흐을러....어느덧 나의 차례.."너 이름이 뭐냐?"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주접메모리가 작동되기 시작했다...아뿔싸! 

     " 이 희정인데요?.." "이....의..정?" " 아니요..이희정이요.." 선생님의 검지손가락이 칠판앞
     을 가리켰다. 앞으로 나오라는 말이다. 

     " (뒷말을 흐리며..미소를 머금은채..) 안녕하세ㅁㄴㅇㄹ...." 
     순간 가벼운 미소들이 오갔다....'OK, 시작이군...' 

     "저는 이희정이라고 하구요..고3학생입니다...." 
     "아까 원주에서 오셨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보다 더 지방이거든요?..." 
     옆에서 담임이.." 어딘데?" 순간 말하기 싫은 이기분...다 알꺼다... 
     말해봤자 모를꺼면서.... 

     "강원도 삼척에서 왔습니다...." 몇몇..아! 하는 탄성...다행이다.... 
     " 혹시 속초 그부근?.. " 담임.....모르면 가만히 있지.. 
     나는 막 흥분하며.. 

     " 아니요..(손을 휘저어 가며) 속초는 위구요..삼척은..그 밑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어떤 학생..."아...거기 동해 밑에...?" 
     순간 박수치며. " 맞아요..맞아요..." 내가 왜 그때 박수를 쳤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쪽팔리게... 


     학원에서(2)

     "아...저는 강원도 삼척에서....자칭 (강조했다...) 강원 남부의 명문고라고 일컬어 지는 삼
     척고등학교에서 왔습니다..."
     학생들 그저 미소로...웃기긴 하나보다...미친놈 명문고 좋아하네...

     "그래 모두 명문고라고 그러곤하지...." 담임이 옆에서 거들었다...
     " 네.." 순간 yes 라고 말해버렸다....나도 당황했다....

     "전...수요일날 기말고사 끝내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거든요...처음에는 대치동....(허걱...
     학원이름은 까먹은 것이다...내가 지금 여기 서있는 이 학원은 서울 곳곳에 분점을 갖고    
     있던 <초암>이건만.....그 두글자가 내 머릿속의 지우개 땜시.....)" 

     그래서...

     "에...음...저기...여기 학원 이름이 뭐였죠?.."

     순간 터져버렸다....다 자빠졌다.....담임도...내 주접이 또 일을 저지른 것인가....헉...서울
     에서는 다른 이미지를 가지려고 그렇게 노력했건만....뜨아...
     웃는 와중에 선생님은 가짜 학원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 고수가 분명하다...

     "그러니까...(얇은 미소로 천장을 바라보며....그들의 웃음을 즐기는 나...=주접쟁이98%) "
     순간 떠오른 학원 이름....초...암...

     "아 맞다...(또 박수 쳤다.....) 초암...초암!! (심봤다보다 더큰 기쁨...)

     하여간에 저기 대치동 초암에 밤 9시 다되서 이모랑 이모부랑 
     엄마랑 막~~갔어요...(막~~ 부분에서 막 달리는 시늉을 했다...물론
     피곤한 표정은 필수...애들 또웃는다...좋아~~^^)근데 이게 왠걸
     자리가 없다는 거에요 글쎄"

     이미 모두 내 이야기에 흡수된 상태에서 담임이 묻는다..
     "전화 안했나 보구나? " 
     "(손사레 치고 놀라는 표정으로) 아니요~ 계에속 전화했는데 안받는
     거에요...참나...그래가지고 사정사정하면서...(이부분에서 난 두손을 합장하고 두눈을 질
     끈 감으며 사정하는 연기를 선보였다...)제발 부탁좀 합시다...했거든요?...그러니까 여
     기 반포 초암을 가르쳐주더라구요.. 그래가지고 다시 여기까지 와서 밤에 가입했죠...(끝
     은 자랑스럽단 듯이...애들은 웃음바다)" 



     학원에서(3)

     "대학은 어디가고 싶냐? " 나오는 애들마다 선생님이 물었던 질문..

     "성적은 무지하게...(재수생들 많아서 엄청 강조했다...) 안되지만 
     민족고대 역사교육학과를 가고 싶거든요..."

     "왜 가고 싶은데..." .....자꾸 캐묻지좀 말지...

     "물론....대학 이름이 있고 그러니까 그러는게 우선적인 거구요....
     뭐 별도로 의미를 두자면 내년이 고대 창립 100주년이거든요...ㅋㅋ
     (주위에서 웃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혹시나 대학에서 콩고물이
     나 뭐 그런거 (고개 갸우뚱..두 손 앞으로...손바닥은 위를 향하는 포즈...)있잖아요..."

     담임 말끊으며 " 그게 뭔데?..." 순간 당황했당...
     근데 더 당황스러운건...내가 말할고 있는데 앞에서 수군거리기를
     "진짜 있다드라 콩고물....." 여자목소리였는데...정말 놀랐다...

     콩고물?...진짜로 있었단 말인가...뭐지?...궁금해졌당....하여간..

     "있잖아요...뭐 그런거...^^" 친구들 웃는다...

     그리고 나서 선생님이 갑자기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30초간 연설을
     한다...옆에서 쌩뚱맞게(?) 지켜보던 나....다음 컨셉을 찾으려고 
     머리를 굴렸다....데구르르르르....

     선생님이 말이 끝나고....

     "에 ....그리고....저는....B형이거든요..." 웃는다....먹힐줄 알았어^^
     "요즘 사회적으로 자꾸 B형을 좀 매도하는 듯 하는데요..? (이부분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진지한 표정을 해야 웃음이 더하는 건 상식이다!) 제가 앞으로 그러한 이미지를 좀 변화
     해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벌써 앞에서 애들 배잡고 난리다..선생님도 웃으면서 말하길...
     " 벌써 이미지 고정 되버렸어..."ㅋㅋ

     "어라..그러면 안되는데....(정말 안된다는 듯한 몸짓!!) 하여간에..
     앞으로 한달간의 교육기관 동안 여러분과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구요..선생님도 사학
     과 나오셨다니까 많이 도와주세요...(정말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건만...거부하는 눈치다..  
     얍삽하긴....) 감사합니다."

     엄청난 박수다...역시....내 이성으로는 주체할수 없는 내 주접이 결국 또 한건을 해버린 
     것이다....적어도 내 생각에 그곳에 있던 친구들이 내 이름 석자는 기억해 줄 수 있지 않을
     까...아니면 그저 웃긴 애라고 해도 좋다....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어
     제 나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말도 제대로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거의 
     재수 삼수생이랑 그랬겠지....헉.....아무쪼록....15번의 학원 수강...기간으로 보면 ....12월 
     말까지....어찌보면 지겨울수도 있는 이 경험을 정말 즐겁고 잊지못할 추억으로 만들고 싶
     당... 



     ****************

     수능이 끝나고 논술지도 받으려 서울에 올라가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쓴 일기입니다.

     아들몰래 가져 왔습니다. ^^

     그냥 재미삼아 읽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