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욱 염려되고 신경쓰였던 것이 고작 화분 몇개였던가.. 빈 집에 돌아와 어지러진 집안을 차치하고 본 푸른 생명들.. 이미 서너 개의 화초는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안타까움에 물을 흠뻑 뿌려주지만 이미 죽어있는 화초들... 그외 몇개의 생명들은 살아 꿈틀거려 싱싱하게 제색 찾기 하고 있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이미 죽은 화초일까, 회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화초일까.. 죽어가는 풀꽃도 아무 영양가없는 물만 부어주어도 살아나는데 이 사람은 도데체 싱싱하게 버텨주지를 못한다. 그에게 있어 생명수는 과연 무엇일까.. '먹으면 끊을수 있다는 약이 있대 한번 몰래 먹여봐. 약 먹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몸에서 받아들이질 않는데' '병원에 쳐 넣어' '잘 설득해봐. 달라지지 않을까' '헤어져' '울고불고 매달려 봐' 참으로 많은 말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힘들때 나를 감싸주고 조언해 주었던 나의 주변사람들.. 결국 그들은 비밀이야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알려주는 짓을 하며 우스운 일급비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지치고 힘들어 친구가 아닌 지인들에게 풀어 놓으며 조금이나마 아픔을 나누려 했건만 그것은 또 다른 아픔으로 내게 다시 돌아왔다. 해서.... 서울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일주일간 기거하다 돌아왔다. 도저히 내 집에서 있을수 없었기에... 맨발로 도망나와 무조건 택시를 잡아타고 이웃으로 향했던 지난 날.. 창피함을 무릅쓰고 폐를 끼쳤는데.. 이제는 나 혼자 해결하리라.. 어떻게든 안에서....죽든살든 안에서 해결하리라 다짐했건만 결국 나는 딸아이를 두고 집을 탈출하고 만다. 어느날 저녁부터 아빠는 입이 뾰루퉁하여 말이 없고 냉랭한 집안기운을 알아차린 딸은 저도 한몫하여 짜증을 부린다. 다음날 도망치듯 새벽길 서울 산행을 나섰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저녁무렵 차려놓은 저녁을 먹으며 그는 내게 한마디 던졌다. 물론 취중이다. 메세지왔어? 일년전 있었던 친분관계의 동생과 한바탕 싸움이 해 지나 다시 번지면서 그 타켓이 나에게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아닌 작은 돈이 얽혀 있는 문제라 그는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하였고 괜시리 친했던 그의 부인과 내가 졸지에 멀어진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미친놈한테 뜯겼다 생각해라.. 가난한 사람 적선한셈 쳐라..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욱하는 성질에 또 술마실까 싶어 함구하고 있었건만 참지못하고 그의 부인에게 걸어댄 밤낮없는 전화에 결국 남자끼리 붙었던 것이다. 참 별짓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남자들끼리 싸워 내가 화풀이 대상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또 술 마시게 된것이 나로 인한것이란 말인가.. 힘으로 나를 끌어내는데 버틸수가 없었다. 헐렁한 바지차림에 겨울쉐타를 대충 입고 지갑과 옷가지 몇개를 넣어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가게 된 것이다. 30년지기 친구의 집... 아들이 지방대학으로 들어가면서 방이 하나 비었다며 불러들인 친구.. 일주일을 함께 했다. 뒷산 우면산을 오르며, 퍼질러 누워 얘기를 나누며 그렇게 함께 하였다. 할말없는 딸아이에겐 대충 사정을 이야기하였지만 밉기만 한 아빠 엄마였을 것이다. 아들아이 하나만이라도 모르고 지내니 얼마나 다행인지... 서울 하숙집에서 기거하는 아들을 불러 여름옷을 몇벌 사줄 작정이었다. 헌데 엠티갔다가 피곤하다며 일요일 친정에서 만나자고 하는 아들.... 나는 토요일 서울로 올라간다는 전화를 친정에 올리고 서울에 기거한지 6일째, 일요일 아들을 만났다. 친정집에서... 늘 베란다를 둘러보면서 들여다보는 화초들에 비해 내가 너무 남편에게 소홀한게 아닐까 반성을 할 때가 많았다. 그만큼 풀꽃에게 정성과 사랑을 한껏 베풀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할수 있을 만큼 아니 더 하고도 얻어지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작은 도시에 살면서 아는 사람들에게 풀어내는 나의 아픔이... 내 얼굴에 침뱉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글 역시 에세이 방에 올리는 것도 이제는 조심스럽다. 일요일 오후.. 딸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빠 병원 입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