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난 니가 현명한 줄 알았다 '
둘째를 낳고, 8년 만에 아이을 갖게 되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내가 나서지 않으면..
돈이 안되는 집 이었다.
노란물을 토하고, 비쩍 말라가는 내 몰골을 바라보며
' 난 내가 이렇게 미련하게 세상을 사나! '
자문자답하며 눈물을 쏟아 냈다.
더구나 부처님 전에 백일 정성을 드리기로 약속했고,
하루도 빠지지않고 산으로 올라가는 중 이었다.
근데 하필 왜..그때 아이를 주셨단 말인가!
여태..없던 아이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태의 공허함..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했지만,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엄마 업의 인연 따라 온 것이라는 데..
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부모를 선택해서
온 것이라는데..이 인연을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즐거울 수도 미련을 갖을 수도 없었다.
살기 바쁜 와 중에...더 살기 힘들어 질 수도 더 비옥 할 수도
오십대 오십 이었다.
참 힘들었다.
그러던중...비가 온 어느날...기도를 하러 간다.
기도 할 때 만큼은 마음이 참 편하다.
집에 있으면 내가 있지만, 기도를 할 때 만큼은 내가 없다.
내가 없는 시간은 모두 평화롭고, 아늑해서 난 기도를
즐기는 편이다.
비를 맞은 산은 그 초록에 가슴이 설랜다.
땅과 물과 기운과 바람이..공존하는 자태가 아주 예뻐서
난 숨을 깊게 쉬며..발을 땐다.
그런데..산 위 기운이 상승하며, 무릉도원의 여인네 처럼
마치 견사보다 더 얇은 치마폭을 두른듯 했다.
봉우리 봉우리마다 계곡 사이 사이로 그 치마폭은 온통
산을 싸 안으며 비상하는데...앞산은 그 봉우리가 보이나
뒷산의 봉우리는 하늘과 같아 보이지 않는 것 이었다.
오로지 앞산 만 있는 거 같을 뿐...뒷산의 존재는 산을 여러번
본 나도 헤아리지 못 할 만큼 하늘과 동등 했다.
난 그때 생각했다.
보인다고 산이고, 보이지 않는 다고 산이 아니던가!
문득 그런 생각에 뱃속 아이에게 무척 미안했다.
내가 뭐라고 널 지우고, 말고 한단 말인가!
참회 기도를 했다.
그리고 열달이 다 되었다.
가까운 이들이 나에게 그랬다.
난 니가 현명한 줄 알았다고..
그래 난 현명했다.
비록 갖은 것이 없어 무엇이든 잘 먹이고 입히고 만족 시키는
것은 자신 없지만...
' 엄마는 널 꼭 지켜줄 거야..걱정하지마 '
뱃속에서 너무 잘 논다.
마지막 진단을 받으러 가니.. 2.6 이란다.
'조금 더 키워야겠어요'
너도 부지런 하지만, 엄마도 부지런 했구나!
돌아오는 길에 열달 내내 느끼지 못한 미안함이 밀렸다.
자식은 엄마를 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위대하다.
그렇게 강해지는 날 위해 기도한다.
절대 보이는 것에만 연연치 말자..앞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분명 살아있으며...그것을 기다리고 인내하는 힘도 강하게
받아들릴 것이라고..
그래서 엄마는 아름다워 질것이라고..
고맙게도 나에게 엄마라 부르는 아이가 곧 셋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