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의 철쭉이 이쁘다는 꼬임에 빠져서 아줌씨들을 다섯명이나 싣고
양재동에서 만나 길를 떠났다.
'젤루 둥뚱한 사람이 앞자리에 앉으라구...'
몸무게 고백후에 발탁된 사람은 일키로 차이로 앞자리에 앉는 행운을
차지했다.
46kg에서 59kg까지 있다.
여자들은 몸무게를 말할때 사기를 좀 치는 습관이 있다.
아무래도 나보다 몸무게가 더 나갈것 같은데 59kg란다.
나는 내가 운전자인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물론 내 몸무게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말하라면 나도 사기를 쳤겠지...
59kg..어머나 동점이네..하면서....
나이는 오팔세부터 유십삼세까지...
늙도 젊도 않은 나이가 아니라 늙은 여자들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도 돌아보지도 않는 나이다.
내가 젊은 층에 속한다.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계속 미안하다고 뒷자리에 대고 말한다.
뒷자리에는 네명이 겹쳐서 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앉았다.
남한산성 고갯길을 오를때에는 무겁다고 엉덩이를 들으라고 야단을 쳤다.
혼자 타고 다닐때보다 확실히 차는 힘들어 하는것 같았다.
차속에서 아줌씨들의 깔깔대는 소리를 들으며 올라갔다.
앞문으로 들어가서 뒷문으로 나오니 퇴촌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연록색의 오월이 아름다웠다.
큰아이가 중학교 시절에 육성회에서 만난 학부형들이다.
묘한 인연으로 만난 육성회 임원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안부도 모르고 살건만...
큰아이가 중학교 입학할때 수석으로 들어가서 신입생선서를 했는데
새학교라서 일학년이 학생회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장실에 불려간 내게 교장선생님이 내게 육성회장을 하라고 했다.
아이가 학생회장을 하면 엄마가 육성회장을 해야하는 법은 무슨 법인지...
나는 거절했다.
아이는 학생회장이 되지 못했다.
감투욕이 많은 아이는 엄마가 육성회장을 거절한 탓에 학생회장이 못되고
반장으로 머문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아이가 이학년이 되었을때 교장실에 나는 다시 불려갔다.
아이가 전교 일등이니 이번에는 학생회장이 되어야 한단다.
당연히 내가 육성회장을 맡아야 한단다.
나는 다시 거절했다.
아이는 이학년에도 학생회장이 되지 못했다.
무슨 학생회장이 아이들 투표로 정하지 않고 성적순으로 정하냐고 반발했다.
전교 이등한 아이가 학생회장이 되고 그 엄마가 육성회장이 되었다.
무척 거들먹거리는 돈많은 여자가 육성회장이 되었다.
아이가 삼학년이 되었을때 나는 다시 교장실에 불려갔다.
'이번에는 피할수 없을겁니다...'
아이의 전교일등은 내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동 육성회장을 뽑읍시다.'
내 제안이었다.
'전교에서 일등에서 오등까지 공동 육성회장을 하지요.'
남학생중에 오등까지..여학생중에 오등까지...
이래서 열명이 육성회장이 되도록 하자는 내말에 교장선생님은
처음에는 말이 안된다고 했지만 담임을 앞세워서 나는 일을 추진해 나갔다.
아이는 삼학년에 학생회장이 되었다.
아이는 사람들앞에 서는것을 참 좋아하였다.
이 점이 작은 아이와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보이스카웃 단장을 하던 아이때문에 나는 이미 보이스카웃 학부형대표를
하고 있었기때문에 내말을 무시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뽑힌 학부형들이 어제 동행한 아줌씨들이다.
우리는 그때 일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아이들도 다같이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행운이 있었다.
단양팔경도 함께 가고 설악산도 함께 가는 사이가 되었다.
이만원씩 걷은 회비로 아이들 결혼할때 백만원씩 부주도 하고 초상이 나면
오십만원의 부주도 할수 있다.
퇴촌에서 보리밥을 먹고 쑥을 캐기도 했다.
철쭉은 이미 지고 있었다.
'사기쳤어...'
내말에 꼬심을 주도했던 아줌마가 미안해 쩔쩔맨다.
태평역에서 아줌씨들을 내려주고 집으로 향했다.
오랫만의 먼 길 운전에 몸이 많이 피곤했다.
기름값으로 회비에서 준 삼만원으로 기름을 채웠다.
집에 돌아가 샤워하고 한잠 자야지...
그러나 샤워할 시간은 없었다.
나를 기다리며 보챌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