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늦어 이민 온 남편은 좀처럼 이민사회에 합류하지 못한다
가끔씩 바둑친구들하고 한 판 두는 게 고작이고
혼자서 낚시하며 그리고 키보드 연주하는....
안쓰러울 정도로 혼자 놀기를 좋아한다
다행이 딸들이 있어 아빠의 외롬과 고충을 이해하며
옆에 찰싹 달라붙어 침대에 함께 누워있거나
뽀뽀도 해주며 애교를 부리곤 했었다
그러다가 두딸이 시집을 가고나니
혼자 남은 막내가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친구들과 어울리랴 얼굴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니 남편에겐 딸을 보낸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이기에
가까이 있는 아내의 역할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꼈다
한국에서라면 하다못해 다방아가씨들이나
아니면 술집 주모에게라도 친절한 헛웃음이라도 받을 터인데.....
그래~ 내가 구여운 딸이 되어주고 애인도 되어주고 누이 몫도 해주자
이리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나긋나긋 해질 수밖에
오늘은 남편의 사랑스러운 애첩이 되기로 맘먹었다
자진해서 낚시터엘 따라가 지루함 표내지않고 견뎌주었다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노라 안타까워하는 남편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채근하지도 않았다
록키마운틴으로 해가 저물자
하늘은 아름다운 파스텔계 색채로 색색이 물들여졌다
호수에 비추이는 하늘빛을 더욱 아름답노라고
당신땜시 이 아름다움에 도취하노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해가 떨어지니 기온이 급강하하여 추위가 느껴져도
집에 가자고 조르지 않았고
배고 고파 허기진 배를 움켜쥐면서도
그래도 난 애첩이니까....
그저 남편 하고픈 대로 기다리고만 있었다
종일토록 기다려도 입질 한번 제대로 받지못했는데
저녁이 되면 낚시터 문을 닫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 돌리는 남편은 아쉬움이 많았지만
기분이 캡인듯 싶었다
무쪽같은 마누라 옆에 따가가주면 황공인데
나긋나긋한 애첩으로 나섰으니 (남편은 내가 애첩이길 자청한 걸 모름)
돌아오는 길엔 주말시장꺼리 볼 마켓도 두루두루 들리잔다
미국마켓에 모처럼 비프 키드니(소 콩팥)가 나와 있었다
한국서 먹어본 향수로 남편이 늘 찾던 것이기에
난 콧소리로
자갸~ 여기 두 팩 있는데 다 사자~ 며
최선의 아양 애교 다 부리고 다녔다
계산을 마치고 출구로 나오는데 이게 왠 떡이냐~~
공짜로 가져가도 되는 캔푸드가 카트에 수북히 담겨져있었다
우리 집은 패스트푸드나 캔푸드를 먹지 않아 집에 남아도는 것을
종종 그곳으로 도네이션하는 사람인데
딸기 쨈 큼직한 게 눈에 띄기에 나도 몰래 얼른 집어들었다
깜짝 놀랜 남편은 니가 거지냐며 펄쩍 뛰는 것이다
남편이 뺏어 카트안으로 넣었는데
암만생각해도 아까워 다시 집어들었다
그후
남편은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안에서 생각하니 아차 싶었다
오늘만큼은 애첩이길 자처했는데...
아쿠야~~
그넘의 딸기쨈 땜시
애첩스타일 완전 구겨 부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