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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BY aii 2005-05-11

오래 전 일이다

작은 아이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할 때

한창 더운 여름날로 기억되는데

학교 갔다 온 아이가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존나 힘드네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 확인차 물었다

 

너 뭐라 했니

존나 힘든다고

 

순간 그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아니 어떻게 아이의 새순같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어이가 없었다

간신히 정신 수습하고 다시 물었다

 

너 그말 무슨 뜻인지나 알고 쓰니

무슨 말

존나 라는 말

많이 라는 뜻 아냐

 

어이가 없었다

뭐라 설명하기도 힘들구

그래 겨우 한다는 말이

 

그거 좋은 말 아니니깐 쓰지 마 그냥 많이 힘들다고 해

 

왜 그래야 하는 데라는 듯 쳐다보던 아이의 눈빛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 후에도 한동안 아이의 입에서는

존나 하기 싫다, 존나 겁난다, 존나 재밌다, 존나 성질난다 등등

'매우' '많이'의 자리에 그 단어를 썼다

허나 나는 그 말뜻을 설명하기 힘들어서인지 그저

그런 말 쓰지 말랬잖아 정도의 소극적인 대처만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 입에서 그 말은 사라지고,,,,,

 

그랬는데

언젠가 아이와 길을 걷는데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던 아이 또래들이 하는 말이 들렸다

이곳에 옮기기 힘들 정도의 욕이 아무런 정화장치 없이

말끝마다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겉은 멀쩡해가지고 아니 어쩜 저렇게 욕들을 하냐

엄마 저 정도 가지고 뭘 그래 학교에 가봐 장난 아냐

그래 그럼 너도 학교 가면 아이들하고 욕 섞어가며 이야기 하냐

그렇지

집에선 못 들어봤는데

집에서야 엄마 기절할까봐 순화된 말 쓰지,,,, 하지만 학교에서는 다들 하는데 나만 안하면 바보 같애,,,,,,

 

놀라 자빠지겠다,,,,

언제부턴가 우리 아이들 입에서 그런 은어, 비속어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어로 쓰이게 되었은지

그리고 그토록 나자빠지게 놀랐던 나도

언제부턴가 '쌩깐다' '존나' '말밥이다' '뻥치다' '빼째라 등따라',,,, 등등의 말을

재미삼아 양념삼아 사용하게 되었는지,,,,,

이를 어찌 해야 하노,,,, 좋은 것을 배우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해야 하는데

오히려 역류하여

내가 아이들에게 물들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 할꼬

 

아름다운 품성을 만들어 가는 데는 곱고 아름다운 언어가 큰 몫을 하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