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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6

큰일을 내고도 남을 사람들


BY 예운 2005-04-24

시작이 순조롭진 않았지만 드디어 입학을 합니다.

전라남도 완도하고도 노화도에서 배를 타고 금산으로 갑니다.
기어코 따라나선 남편이 마땅찮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

디냐 허락해 준것만해도 감사하다" 마음 한번 달리 먹으

니 금산까지 데려다 준다는게 고맙기까지 합니다.
제대로 된 입학식 한번, 졸업식 한번 해 봤으면 싶었습니

다.가족의 축하를 받으며 입학하고 졸업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복도 참 지지리도 없는 아이다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식은 그나마 제대로 했었던것도 같은 아득한 기억.

초등학교 졸업식부터 언제나 혼자였던 건 내탓도 내 가

족들 탓도 아닌 집안 사정때문이었노라 애써 자신을 달

래며 괜찮은 듯이 씩씩한 것처럼 아버지 엄마 안심시키

는 표면적으로는 항상 속 깊은 딸이었는데 줄줄이 달린

동생들 입학과 졸업을 지켜보면서 내 마음속에 서운한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다는걸 알았습니다.

적어도 내가 부산에서 혼자 공장다니고 학교 다녀서 졸

업을 할때는 오지 않아도 괜찮노라 큰소리치는 나와는

상관없이 내 가족중의 누구라도 와 주기를 간절히 바랐

었다는 말 아직 한번도 입 밖으로 해 본적이 없습니다.

누구네보다 서로 위하고 다정다감한 내 부모형제들이 어

쩌면 나한테 그토록 잔인하게 냉정할 수 있었는지에 목

구멍이 따끔거리게 아파 했습니다.
친정아버지께서 눈물로 후회하고 내게 미안해 하시며 통곡 하셨지만 나만 천둥벌거숭이라는 자괴감에 마음 아팠

던 못남을 철이 들어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나서야 버릴수 있었습니다.
졸업과 입학은 언제 어디서나 감동적이고 신선하다는 사

실을 이번 입학식을 하면서 한번더 느끼게 됩니다.

내게 이런 의욕이 있다는걸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

신 분들께도 많이 감사합니다.
내안에 나를 가두고 언제나 나만 비켜가는 행복이노라

지레 겁부터 냈던 시간들이 아깝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열면 내 마음으로도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문밖에서 보초서듯

지키고 있는 남편이 불편해서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한줄

씩 놓치고 나면 마음 속에 미움하나가 또 생기려 합니다.

나는 이미 날개 잃은 갈매기에 불과한데 저렇게까지 해

야하는지, 너무 힘이 들어 힘들다 말조차 할 수 없이 살

게해놓고 나 하고싶다는 이것마져도 마음 편하게 해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속상함이 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마음
을 달리 먹으며 진정을 합니다.
"저정도면 엄청 훌륭한거지 이것도 황공무지로소이다."
길을 잘못들어 두시간이나 헛수고를 하더니 짜증이 났을 법도 합니다.
"어이 자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소! 가깝다더니 여기가

서울이지 참내 공부도 좋지만 한달에 한번씩 일년에 한

번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번도 아니고 한달에 한번인데 그것도 못봐주냐?"
그러다가도 정말로 영 못다니게 할까봐 "미안하네 내가

착각을 했나보네 금산사 IC를 금산으로 본건데, 이럴줄

알았으면 지도를 보고 공부를 했지....."

그나마 꼬리를 내린 덕에 참석까지 할수 있었으리라! 기특합니다.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라더니 영락없이 내가 그 짝입니다. 다행히 순천에서 오신 임용택님을 만나고는 많이 부

드러워 진듯 합니다.
" 아이고 형님 뭔 일로 오셨습니까? "
" 어이 동생은 뭔일잉가? "
" 예 애기 엄마가 입학한다고 해서.."
" 잘했네이! 진짜 잘했네이! 좋아 오죽하면 내 딸을 보냈으까 "
강의실에 있는 나를 딸아이를 시켜 불러내고 난립니다.
따라온 남편이 그새 인적 네트웍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남자라 힘들게라도 살았겠지요.
마음 속 깊이 묻어놓았던 의욕 덩어리를 꺼집어 냅니다.
구절초뿌리를 캐고, 심고, 밭을 메면서 마음을 달랬던 것

처럼 이제는 마음에 사람을 담으며 사람마음으로 살기로 작정을 해 봅니다.
" 아는게 많아야 모르는 것도 있다 "
4기 최대휴님 졸업생 대표 축사에서의 말씀처럼 무질서속에 질서, 무형식
속에 형식을 갖춘 민승규 박사님의 말씀.
" 미래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미래는 우리가 창조해야 한다. "
우리가 존경하는 민승규 박사님이 존경한다는 정문술 전학장님 말씀.
" 인맥지수가 높을수록 문제해결이 뛰어나다. "
민승규 박사님께 줄을 잘못 서서 오신 남양호 박사님 말씀.
" 개방이 무서운게 아니라 개방을 준비 안한게 무서운거다 "
경상도의 농업발전과 당신 출신지라는 전라도의 농업낙

후에 분괴하시는 역시 민승규박사님께 코끼어 오셨다는

김동신 교수님 말씀.
황량한 내 가슴에 하얀 눈처럼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의 밀어같은 말씀들을 종합해보면 역시! 민승규박사님은 큰

일을 내고도 남을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큰일을 낼 사람들 곁에 있으면 나도 같이 큰일 날수도 있잖을까
섣부른 욕심도 의욕이 될수도 있겠다는 추측입니다.
나는 혜안을 가진 제법 쓸만한 여자다. 사람을 알아보았

으니라는 자화자찬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