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음식점을 열기로 계획하고 있는 곳 옆에 조그만 시내가 흐르고 그 주변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오래 전에 끊기고, 홈리스들이 진을 치고 대소변을 보고 잠을 자는 곳이 되었다.
마약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여기저기 이런저런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 거리의 뒷골목을 지날 때는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처럼 엉켜붙어 섹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포기를 하였는지 주변을 청소하고 가꾼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아들이 이곳에 음식점을 열자고 하였을 때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었다.
외면하고 피하고 싶은 거리에 누가 음식을 먹으러 오겠느냐고, 망하는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고 펄펄 뛰었다.
나는 가슴이 설레도록 좋았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어디든 꽃밭을 만들 공간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좋아하는데 그런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곳이 내 눈에는 꽃과 나무가 가득한 꽃밭으로 보였다.
내가 만들어 낼 것이니까...
아직 음식점을 열기 전이지만 네 달이 지난 지금 많이 변했다.
지금까지 일곱개의 조그만 꽃밭을 만들었다.
아직도 대소변을 보는 사람이 있지만 예전처럼 지린내가 진동하지는 않는다.
잠자는 홈리스들도 많지 않다.
날마다 쉽게 대여섯명을 발견할 수 있던 곳에 며칠만에 어쩌다 한 둘이 눈에 뜨인다.
경찰들의 순찰이 강화되어 그런 사람을 깨워서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꽃밭을 만들고 한동안은 꽃도둑 때문에 힘들었다.
밤새워 번갈아 지키기도 하고 속상해 울기도 하였다.
경찰이 나서고 홈리스들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홈리스들끼리 서로 감시하고 꽃밭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꽃이 없어지기만 하면 넌 감옥행이니 조심하라고 경찰이 꽃나무를 훔쳐다 파는 홈리스를 협박했다고도 한다.
미국경찰도 한국경찰처럼 협박도 하는 모양이다.
꽃나무를 훔쳐가는 일이 줄었다.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중에 하나는 자기도 꽃밭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곳에 꽃밭을 만든 것에 대해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자기들에게까지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국 사람이 말한다.
오지랍이 넓은 나는 옆집 주차하는 곳도 잡초를 뽑고 분꽃씨를 뿌려두었다.
한국 사람이 장사하는 곳은 더 정성들여 칸나도 심고, 메리골드도 심고, 채송화와 분꽃씨도 뿌렸다.
지금 그곳에는 깻잎, 상추, 고추, 부추도 자란다.
남편 말대로 내 얼굴은 까매지고, 꾀죄죄해지고, 죽은 깨도 늘었다.
손등도 까매지고 주름이 유난히 눈에 띈다.
하지만 노란 캘리포니아 파피가,하얀 페루비안 수선화가, 빨간 아마릴리스가 피어나면 내 얼굴과 손등이 조금 미워진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으니까...
지난 주 토요일에 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개울 옆 비탈진 곳에 자란 나무와 덩쿨들을 잘라내고 쓰레기를 치웠다.
쓰레기를 일곱 트럭이나 실어냈다고 한다.
좁은 곳에 그리 많은 쓰레기가 쌓일 수 있었던 것이 놀랍다.
이번 주에는 그곳에 녹색 천을 깔고 못을 꽝꽝 박았다.
흙이 개울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그곳에 날더러 꽃밭을 만들란다.
천을 십자로 찢고 그곳에 나무를 심으란다.
꽃밭을 만들면 자기가 청소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내어 청소하고 쓰레기 줍는 것을 하겠다고 한다.
남편은 그 사람에게 그렇잖아도 그럴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경사가 수직에 가까운 곳인데...
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니 아마도 좋은 생각이 날거라고 걱정말란다.
고민은 내 몫인데 장담은 자기가 한다.
시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 남자가 아이를 꽃밭 가장자리에 앉히고 사진 찍는 것을 카메라에 담아갔다.
그 밖에도 이것 저것 사진을 찍었다.
다음 주에 있을 회의에 보고할거란다.
산책로 주변의 낡은 벤치도 교체하고 물청소도 할거라고 한다.
좋다, 다 좋다...
비탈진 그 곳이 꽃밭으로 변하고, 그리되면 신문에도 기사화될 가능성이 많다.
음식점 광고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만큼 좋다.
처음 그곳에 가서 둘러 볼 때부터 내 상상속에서 그곳은 야생화가 가득한 꽃밭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고민이다.
평평한 땅도 이곳 텍사스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이 쉽지 않다.
자연 환경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한 때문이다.
경사가 수직에 가까운 곳은 정말 쉽지 않다.
어떻게, 무슨 꽃과 나무를 심어야 할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어려움에 도전하는 것을 기쁨으로 아는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어렵다.
좋기는 한데... 참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