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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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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대화


BY 서른셋 2005-04-23

그녀와의 통화를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없이 모른척하던 남편.

 

남편의 핸드폰은 여전히 내손에 있고,

불편하단 말 한마디 없이, 아침마다 내미는 내 손에 핸드폰을 줍니다.

 

어젯밤. 아이를 재워놓고, 자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얘기 좀 해야지.'

'자야지. 지금 몇신데...?' 하며 앉습니다.

'새벽 2시'

알만큼 알지만 직접 듣겠다고 했다.

월요일 이후에 전화한 적 있냐는 말에 월요일 오전에 전화를 했답니다.

뭐가 필요하다고 해서 메일로 보내줬다나...

'이젠 그런것도 하지마.' '응'

'전화 없다는 얘기도 했고?''응'

그런데도 나한테 전화한 여잔 뭐지?

 

그녀, 알고보니 예전에 경찰서까지 갔다가 훈방조치 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같이 놀던 유부남이 와이프랑 같이 스토커로 신고를 했다나.

자기도 이제 그만 연락하자고 했고, 자기는 요즘 '별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며

(그럼 그 전화요금은 나한테 전화해서 그렇게 나온건가? 참자. 싸우지 말자. 믿어주자.)

혼자 빠져나가려 하더군요. 남자들이란... 그녀가 또 불쌍해 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연락하자는 말에 그녀 '여자가 있다는걸 알면 이혼할때도 불리해 지니까. 일단 유리한 조건으로 이혼하려면 그렇게 하는것도 방법이다'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뭐랬는데?'아무 대답도 않했답니다.

(그러면 그렇지, 들켰다 싶으니까 이 사람 성격에 골치 아팠던게지. 믿어주자. 믿는 척이라도 하자.)

 

'약점 잡힌거 있어?'

'아니. 자꾸 시계사주겠다 그러고, 뭐 사주겠다 그러고 했는데 됬다고 했어.'

'받지 그랬어? 갖다 팔아서 얘 장난감 사게^^(웃자. 너그러운척)'

'좋아한거야?'

화를 내더군요. '안 좋아하고 그랬겠냐'고. 그 얘기를 그렇게 듣고 싶냐고?

(절대 여기서 물러설 순 없지)

'그럼 그 여자한테 물어봐야되겠어?'

다시 꼬리를 내립니다.

 

요즘 좀 시들해졌었나 봅니다. 지난달부터 멀리 있어 그랬는지...

세상에 잔소리하는 사람이 너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하지 않더랍니다.

연락 자주 안한다고, 자기 생각 별로 안한다고 화내고 그랬답니다.

'여잔 다 그래. 연애를 그렇게 하고도 모르냐? 참... 큰거 배웠네'

 

 

'근데 누나한테는 왜 얘기했는데?''그래서 도움이 됐냐?' 화를 누르면서 말합니다.

'그럼. 도움이 됐지. 그 여자한테 마누라가 전화하는 거랑, 우리 언니가 아니고, 당신 누나가 전화하는거는 하늘 땅 차이지.'

'안그래도 자기 죽이겠다시던데...' 

그래도 화는 못 냅니다.

 

'그 여자 한테 전화해서. 자꾸 전화하지 말라고 할까?'

직장으로 연락해달라는 메시지가 왔는데, 연락하지 않았답니다. (믿어야하는건지...)

'전화하지마. 내가 그 여자 한테 얘기했어. 한번만 더 무슨 이유로든 전화하면 내가 가만 안있겠다고. 어떻게 할거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지. 더이상 의사짓 못하게 할거라고. 그 여자 그러더라. 할테면 해보라고. 만약 둘이 통화했는데 내가 가만 있으면 당신이나 나나 둘다 바보되는거고, 내가 말한대로 난 직장 때려치고 평생 그거 목표로 하고 살수 있거든. 내가 그짓하는거 안보려면 전화하지마. (바보 처럼 말도 제대로 못한거 절대 얘기 않았습니다.)''자꾸 전화오면 나도 경찰서 신고한다. 초범은 훈방이지만, 두번짼 힘들걸. 시끄럽게 만들지 않으려면 전화하지마.''모르는 번호는 받지 말고. 내가 테스트할거야.'

 

'우리 그 동안 서로 같이 사는 방법을 몰랐던거 같아.새로 출발하자. 내가 묻어줄께.''고마워'

'그렇지만 또 이런 일이 있으면...''그냥 죽여'

'내가 미국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알고 포기했지.'

'만약 미국갔으면 내가 엉망이 됐겠지. 그러고 모든걸 니 탓으로 돌렸겠지.'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근데 아깝다.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자린데...'

'아직도 갈려면 갈 수 있어. 근데 안가.'

 

'여자의 직감.... 그 느낌이라는게 무섭더라구. 그러니 속일 생각마.'

'살 맛이 없다.' '그렇겠지. 당신 보면 세상사는게 하나도 재미 없어 보이더라구. 그러다 새로운 감정들었는데...우리 둘이 새로 연애하지 뭐. 애나 하나 더 낳던가' 이해하는척 해줍니다. (기가막혀. 아직도 정신이 덜들었나?)

'넘어가긴 하지만. 나한텐 너무 큰 상처였다는것만 기억해'

 

그렇게 밤새 대화를 하고,

아마 남편과 한 첫번째 대화였던거 같습니다.

 

제가 너무 쉽게 넘어가주는게 아닌가 불안한 생각도 듭니다.

너무 쉽게 속아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건 일단락되면 또 계속 그럴지...

   

'오늘은 핸드폰 들고 가면 안되나? 너무 불편하던데..'

'통화내역 조회 들어간다...'

 

오늘은 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워낙 다니는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신혼여행을 갔던 제주도로...

우리 시누이. 미쳤나.....제주도 갈거면 차라리 지진나는 발리로 가라.

 

'근데 돈은 있어?''외환은행 통장이랑 조흥은행 통장 바닥내지뭐.'

'하나은행 통장은 당신 학비로 써야하니까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