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태국의 음주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6

산에서 얻어 온것들


BY 예운 2005-04-17

 

  처음이다. 딸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간건.

산에서 행여 무서운것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다 큰 아들

이 있어줘야 든든하다. 아들이 더 커서 육지로 가버리면 산에 어떻게 다닐까 벌써부터 걱정을 한다.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해야지 하지만 쉽지가 않다.

딸아이는 소쿠리를 들고 진달래를 따며 저라도 따라와서 다행이란다. "너만할때 나는야 진달래꽃따먹으며 온산을 헤멨다. 무섭긴 뭐가 무섭냐" "그러면 나 가도 돼?"

은근히 협박을 한다. "아니 니가 있어 다행이다."

진달래꽃을 따라하고 나는 취나물 고사리 청미래 둥글레 찔레순이며 새로 돋아나는 새싹들을 뜯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산야초효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다. 손은 가시에 긁히고 물오른 나무가 휘어지며 튕겨져 얼굴을 때리고 손톱밑은 파란물이 들어 시커멓게 변했다.

남편은 사서 고생이라고 면박을 준다. 오늘도 남편이 나가길 기다리느라 늦어버렸다.

머지않아 내가 만든 산야초효소를 들고 나가 퍼줄거면서내가 하기 시작하는 일에는 태클부터 건다. 재미있나 보다. 아무말 않코 있으면 권위가 없어진다 싶을까 아니면

버릇일까. 함초를 뜯어 말릴때도 쓰잘데기 없는 짓하지 말고 반찬단속해서 자기 밥차려 주라더니 나먼저 퍼다 준 양반이다. 평소에 하는 짓 생각하면 한톨도 안주고 싶은데 나는 그런 성격이 못되니 사서 고생이란 말도 맞지싶다. 좋아서 하는일 아니라면 벌써 포기 했을 일을 붙들고 있다.

통통하게 돋은 청미래 순. 향이 독특한 산초. 친정엄마가산초순을 넣고 끓여 주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참 맛있었는데. 내가 끓이면 그 맛이 안난다. 된장맛때문일까?

진달래꽃 한소쿠리와 산야초 소쿠리를 부엌에다 놓고 잡티를 골라내고 씻어 물기를 빼는 동안 냉동실에서 찹쌀가루를 꺼내 익반죽을 했다. 진달래화전을 만들참이다.

막내가 잠들어 버렸다. 일어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빼고 했다가 무슨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항아리에 산야초를 넣고 황설탕을 뿌리고 넓고 납작한 갯돌로 눌리고 난 뒤 한지로 밀봉을 했다.

진달래도 미리 씻어서 말려둔 유리병에 담고 황설탕을 뿌렸다가 꿀을 부어 한지로 밀봉하여 항아리 옆에다 두었다. 좁은 우리집 부엌에는 산야초항아리부터 진달래꽃차, 구절초꽃차, 구절초꽃술, 인동초차, 찔레차, 제비꽃 동백꽃 벚꽃 앵두꽃 개나리꽃 섞어서 만든차, 함초환까지 복잡하다. 어질러진거 싫어하는 나는 이런것들은 있는데로 어질러 놓고 산다.

이제는 어질러진거에도 익숙해져 있다.

사람은 원래부터 그런건 없나보다. "나 원래 비위가 약해나 원래 그런거 못먹어. 나원래 그거 싫어해. 나는원래 그래." 흔히들 하는말이다. 하지만 원래 그런것도 살다보면 바뀐다는 걸 알았다. "나도 원래는 청승떨며 이것저것 만들고 모으는거 싫어 했는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추며 살 필요도 없다.

막내를 깨워야 겠다. 진달래화전을 만들어 구절초차랑 먹어봐야 한다. 궁합이 맞는지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산에서 얻어온 풍성함들로 오늘도 나는 부자가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