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이 참으로 따사롭고 차가왔다.
하늘거리는 바다와 그 위에 춤을 추는 은빛갈매기..
이렇게 차가운 봄바람.하지만 가족이 있어서 참으로 따사로왔다.
모처럼 가족과의 오랜만의 여행은 결혼후 4년만에 처음 이루어지는 여행이었다.
신혼여행때 와본 낙산사, 추억으로 묻어두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것은 추억에 대해 파해치고 싶지않은 우리둘만의 소중한 기억들이 있기때문이었다.
아니 그런 시간들을 들춰낼만큼 한가하지 못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것이다.
하지만 이젠 4년의 시간들을 복닥이며 지낸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 그곳을 찿아 해묵은 사랑이 아닌 따스한 봄햇살처럼 투명한 신혼의 흔적들을 추억이 아닌 현실로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적당한 결혼생활 각자의 삶속에 갇혀 울타리속에 자신의 영역을 넓히지 못하고 헤메이는 작은 새처럼 새장속에서 지낸 시간속에 여행은 나에게 많은 여유와 삶의 희열들을 가져다 주었다.
무엇이 그렇게 바빴을까?..
무엇이 그렇게 여유를 묶어두었기에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고 생활의 텃에 치여 지난 시간들을 풀어내기 위해 모처럼 3월 초 연휴에 다녀왔다.
3월 연휴 봄나들이차 가족들 모두 데리고 광주언니네 집에 다녀왔다.
10년만의 첫 나들이에 언니네 집을 방문하는 거였다.
신혼초에 궁색한 살림에 메여있던 언니는 이제 화려한 시간과 여유 그리고 물질을 풍요롭게 이루고 있었기에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언니네 두 부부내외의 다정한 모습과 10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은 바위같은 사랑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달려보는 전라도의 바닷바람이 차가웠지만 봄햇살만큼 투명하고 따사로운 기억으로 내 가슴속을 애무한다.
비릿한 조개내음과 갯벌의 내음도 겨울의 냄새와는 다른 분명 봄이 바다너머 넘실걸리고 있었다.
연휴여서 더욱더 밀리는데 차량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참으로 어줍쟎은 출발을 환영하듯 비가 주륵주륵 내려서 가는 발길이 첨엔 스산하기만했다.
두 살박이 딸아이와 네 살박이 아들녀석 그리고 동생과의 동행 가는길은 좀 고생스러웠지만 가는길내내 오랜만의 낯익은 풍경과 만나는일과 지나치는 차량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봄을 안고 낯설지 않게 다가오고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8시간의 긴 시간끝에 다닿은 아파트 정문에 언니의 해맑은 웃음이 마주했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 듯 형부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언니가 모처럼 우리가 내려온 것을 환영한다며 아구찜을 잘하는곳이 있다며 시켜서 거한 저녁상을 차렸다.
오랜 운행끝의 피로도 잠시잊고 시원한 콩나물이 들어간 아구의 질감과 꿈틀거리는 생생한 낙지를 초고추장에 넣어 입안에 바다를 마셨다.
한잔의 시원한 탁주와 반주가 얹어지고 피로도 잊고 오랜시간 만남으로 행복한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틑날 눈이 떳을때 창문너머로 따스한 봄이 들어오고 있었다.
난 몸이 많이 아팠다.
이상한 것이 아플수록 더 바깥의 풍경을 즐겨야 하는데 마음과 몸은 점점 더 달팽이소굴이 되어 집안에만 들어박혀 우울을 날마다 길어올리고 있었다.
아이낳고 산후우울증이 겹쳐면서 방황으로 흘려보낸 날들이었다.
다시 이런날이 올수있을거라고 생각지 못할만큼 난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으로 점점 더 나를 밀어넣었고 날마다 눈뜨는 일이 두렵고 무섭다는 것을 난 그때알았다.
다시 이런 햇살을 느끼며 행복할수있을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봄햇살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비추듯 내 가슴 저편에도 희망의 등불이 설레임으로 비추고 있음을 짐작하지 못했다.
분명 그런날들은 지난 필름속에 낡은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부정하면서 행복한 날들의 기억저편에 우울을 건져올렸었다.
하지만 난 광주의 봄을 만나고서 희망을 찿았다.
이렇게 소중한 가족 그리고 다가오는 희망 따스한 계절의 고마움속에 나를 다시 방황을 접고 새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희망을 안고 온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햇살이 투명했다.
봄이 창가에 무르익었다.
햇살이 어깨에 내려앉는 농도와 햇살의 투명함과 빛깔이 겨울의 칙칙함과 달랐다.
형부의 차에 우리 가족 모두가 탈수있을정도로 형부의 차는 넓었다.
모처럼 서울서 어렵게 발걸음을 한 우리가족을 위해 형부는 특별한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차를 얼마나 달렸을까?...
정겨운 시골풍경같은 정경에서 멈춰섰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 모든 것들이 여유롭고 풍요로운 시간속에서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의 어느 허름하고 토담스런 집으로 안내했다.
꿩을 직접 사육하고 있는 그곳에서 낯익은 어머님의 향취가 느껴지는 흙과 숯을 만났다.
아주 어린시절 먹어봄직한 꿩요리가 나왔다.
꿩 샤브샤브와 꿩 탕수 그리고 만두. 특별한 풍경을 등지고 앉아 먹는 꿩고기의 부드러움이 목을 타고 흘렀다.
무엇보다 음식의 미각을 돋우는 정겨운 풍경과 볓집을 엮어만든 공예품들이 즐비했다.
음식을 먹은후 뒤뜰의 풍경속으로 온가족이 걸었다.
넓은 밭 한가운데 파릇한 새싹들이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벌써 머리를 불쑥 내민 성미급한 식물들을 보았다.
다시 우리가 여유를 찿으러 향한곳은 담양의 시원한 대나무 숲이었다.
하늘보다 더 큰 키를 자랑하듯 하늘위로 솟은 시원한 대나무에 마음까지 시원하게 녹아내리는 듯 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온통 빼곡히 차있는 대나무 숲 밑에 작은 집이있었고 그곳의 안채에 따스한 불내음이 가득했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주위의 사람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구경하고 다시 그곳을 빠져나와 우리의 역사와 아픔이 서려있는 장소 5.18묘역으로 향했다.
마음이 숙연해지는 역사의 현장속에서 가볍게 마음으로 묵념을 건네고 다시 차를 돌려 공원에서 아이들과 모처럼 만의 여유와 한가함을 낚았다.
바이킹도 타고 아이들 손잡고 솜사탕도 뜯으며 즐거운 시간속으로 여행을 했다.
공원에선 따스한 바람과 함께 냉이들이 자라고 있었고 작은 식물들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하루종일 그렇게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아이와 함께 한차에 엉켜 웃으며 즐거운 여행을 보내고 잠시 들러 횟감을 샀다.
멍게와 해삼 그리고 광어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시원한 회감이 주는 쫄깃한 느낌을 즐기며 가볍게 맥주한잔 마셨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행복과 여유를 잊고 바쁘게만 시간을 엮어온 우리의 결혼 4년속에 이번 여행은 우리둘뿐 아니라 언니네 내외와 동생까지도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벌써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언니네가 살고 있어 정겨운 그곳 광주에도 새로운 봄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나에게 이른 봄 나들이는 새로운 희망과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
서울의 집에서 봄이 배란다 너머 날리고 있었다.
이제 가두어진 나를 풀어 봄을 만나러 다시 가볍게 발거음을 옮겨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