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바쁜 하루였다.
오전에는 작은 아이반 소풍 관계로 반장 엄마들 점심 식사..
오후에는 큰아이 영재교육원 개원식에 다녀왔다.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던지..
5시가 넘어 집에 들어와 보니.. 다리가 다 풀린다.
최근 5년 정도는 이렇게 돌아다닌 적이 없었던 같다...
거실에 배를 쭉 깔고..
서방님 더러..
"자기야.. 색시 죽겄어.. 색시가 다리 아파서.."
끙끙대니.. 눈 깜짝도 안 한다.
볼맨 소리로..
"자기는 색시가 다리 아파서 사경을 헤메는대도.. 눈 깜짝 안해요?"
했더니.. 나늘 빤히 쳐다 보면..
바비인형처럼.. 눈을 깜짝깜짝 세번 한다..
"이제.. 눈 깜짝 했다..봤지?"
에고.. 이토록 우리 서방님은.. 썰렁한 유머를 한다..
잠시후.. 여고 동창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글쎄.. 자기 딸 보려고 산 문학 전집 23만원짜리를 풀지도 않을거..
나 부터 보란다.. 1년동안 빌러 준덴다..
와.. 이 당황스러움..
"아니야.. 샘플 보고.. 나도 필요해서.. 사서 볼려고 했어..
사양을 해도..
"우리딸.. 중학교 갈때 볼려고 사둔거야..
니 아들이 1년동안 보고.. 그때 돌려줘.."
한참동안이나..
"싫어야.."
"괜찮아.."
"정말.. 싫데두.."
"내일 택보로 보낸다.."
한참만에..
"에고.. 그래.. 그럼..택배 보낼때.. 착불로 보내.."
"그건.. 내맘이야.."
아.. 이런 당혹스러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인데.. 이런 전화를 받으니.. 참.. 당황스럽고..
어떻게 표현 할 길이 없다..
지난주 토요일.. 여고 동창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 5년 만인가..
여차여차 해서..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고..
우리 큰아이 영재 교육원 뽑였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가.. 오늘 친구 귀에 들어 갔던가 보다..
그 다음날.. 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얼굴 좀 보잖다.. 오랫만이라..
친한 친구도 보고 싶구.. 해서.. 보라매 공원에 사는 그 친구네에 갔다.
학교 다닐대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아이..
먼 발치에서만 서로 한번씩 보게되었던 아이..
생각해 보니 같은 반이 한 번도 안 되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은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그 친구들이 4학년 , 3학년 2학년.. 세 명 무두.. 우리 아이들보다.. 학년이 낮다.
영재교육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사실.. 난.. 준비해준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나름대로 준비해준 거.. 사실..책 읽히기.. 그런 거 밖에 못해줬는데..
암튼.. 그녀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이야기와.. 흔히..
집에서 내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이야기 해줬다.
그녀는 그것이 무척 고마웠단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 일부분을 발견한 것이 무척 고마웠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녀들을 통해..
여고때 제일 친한 친구가 시골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소식과..
책 판매를 한다는 이야기.. 아이가 3명이라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시간 넘게 운전하고 오면서..
시골 친구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판매한다는 책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큰 아이에게 필요한 책이 뭔지.. 검색을 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문학전집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국어 교과에 나오는 단편집을 포함하여 고전소설.. 한시.. 등등..
그래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친한 친구가 책 판매를 하니까.. 그거 나 살 때.. 같이 사자..
난.. 정찰제로 할테니까.. 자기들은.. 다른데.. 깎아주는 값으로 사도록 해줄게..
이렇게 해서 4질을 주문 받고...이달 말쯤 주문을 할 계획이었다.
보라매 친구에게.. 오늘 아침 그 이야기를 했다..
시골 친구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까?
혹시.. 책 파는 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
그녀는 나에게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많은 생각이 든 건 사실이다.
가까운데서.. 샘플 보고... 주문 할까해...
했더니.. 보라매 친구는 자기 딸것 갖다 보란다.
자기 딸은 아직 멀었다구..
글구.. 그 돈으로 우리 아들 다른 책 사주란다..
내가.. 그날.. 아이들에게 도움 되는 책을 분야별로
몇권 추천을 해줬더니....
그녀는 그것들이 너무 고마웠다구..나에게 이런 과분한 짓(?)을 해버린다.
하나를 받으면.. 어떻게 둘을 줄까..하는 내 성격인데..
그녀도.. 만만치 않나부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나를 알게 된 것이 기쁘다는 사람이.. 우리 신랑 말고..
또 한 사람이 생겼다..
이런 하루가 과분하고... 내가 한 행동보다 과분하게 대해주는 그녀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