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감인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면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오염된 현실을 반영하듯
늘 흐리게 떠 있는 별빛만 보다가 때때로 행운처럼 선명함을 드러내
가슴에 긴 여운을 주기도 하는 밤하늘.
그런 날은 잠시 화단 가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동안 멀거니 별 바라기를 하게 됩니다. 별 밭이 수놓인 길을 따라 잠시 흐르다 보면 거기,
잊은 듯 외면했지만 여전히 꿈으로 남아있는
내 오래된 약속의 땅을 만나게 됩니다.
야무지게 다문 입술 안에
차곡차곡 담고 있는 별 꽃들의 언어들. 그 기도 같던 주문으로 어둠 속에 살을 깁던
푸른 시간들과의 만남은 얼마간은 아릿한 속살과의 아픈 대면이겠고 또 얼마간은 잃어버린 나를 찾는 비상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될 소중한 내 운명처럼. . . . 포장되지 않은 황톳길은 늘 텅텅거리는 버스로 인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기 일쑤였습니다.
때문에 그 속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소설 같은 야릇한 이야기를 산출하기도 했을 테구요.
교복으로 위장을 했어도 이성간의 호흡까진 막진 못했을 것이고 어느 시점에선 핑크빛 소문도 왕왕했을 겁니다.
그 모든 게 관심영역 밖이었던 한 소녀는 출입구 바로 옆에 자리한 의자에 꼭 붙어 앉아 창 밖으로 내다보는 시골길의 산자락에
온 정신을 집중했더랬습니다.
야간 자습까지 마친 귀가 길 마지막 버스는 까만 어둠을 헤치고 간간이 서있던 가로등에 의지해 우리들 지친 숨결 같은 더딘 발걸음을 놓았고 가로등이 서 있는 산자락엔 저마다 표현하지 못한 꿈인 듯, 마음인 듯 하늘 가득 떠있던 별들이 내려와
소곤소곤 빛을 내려놓던
도라지 꽃 군락들이 즐비했습니다.
별 밭이라면 저리도 아름다울까 어떤 무수한 꿈들이 저리도 많이 모여든 걸까 아마 그때부터였지 싶습니다. 도라지꽃이 무작정 좋아진 것이... 그 꽃무더기들 속 어느 한 지점엔 그 소녀가 그렸던 꿈과 소망들도 들어있었을 겁니다.
'사랑의 하모니'가 애조띤 음색으로
절절하게 부르던 노래, 야화.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빛 바랜 사진첩 속 그 옛날에도,
어쩌다 맞딱뜨려 가슴 싸안고 주저앉는 지금에도,
늘 가슴 한 구석 남아있는 이름처럼
싸아한 기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는 신비감마저 자아내던
그 산자락의 시간들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추억의 흔적마저 앗아가 버렸습니다. 다만 그 부근을 지나면서 본능적으로 감지되는
어떤 저릿함이 머리를 흔들게 만들뿐이지요.
모를 일입니다.. 어떻게 한 지점을 지나온 기억이 그대로 화인처럼 박혀있다 다시 내 살을 헤집으며 기를 쓰고 일어서는 노래가 될 수 있는지... 그럼에도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한, 사람은 희망이어야 하니까요.
봉인된 슬픔 같은 꽃, 간절한 소망의 기도 같은 꽃, 도라지 꽃. 야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