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남편을 만나서 여행을 시작했다.
가랑비가 내리던 통도사..
고즈넉하고 아름답던 부석사..
단종문화제가 열리고 있던 영월..
단종이 유배생활을 하던 청령포는
뱃전에 부딪치던 4월의 강물이 너무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며칠전에 생신을 지낸 친정엄마와 두 동생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낙산의 콘도에서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잠이 깨었을 때 매캐한 냄새가 느껴졌다..
쓰레기를 소각하는건가?
해뜨는 시간은 됐지만 너무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나갈 엄두는 못내고..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매캐한 냄새는 조금 더 심해졌고..
장난스러운 제부가 들어오면서 하는말..
양양에서 불이 나서 위험하니까 대피하라고..
하지만 매캐한 냄새를 맡고 농담하는줄 알고 태평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TV를 켰는데 방송이 안나온다.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에 프론트로 전화를 했더니
대피안내를 하는 중이라나..
그제서야 급한 마음에 짐을 챙겼다.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로비로 내려오니까 벌써 콘도안에도 연기가 자욱하고
수건으로 코를 막고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차를 타고 큰길로 나오니까
낙산도립공원 맞은편에는 여기저기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온통 자욱한 연무로 앞이 보이지 않는데
불에 탄 재가 날아다녀 차창을 내릴 수도 없다..
호각을 불고 뛰어다니며 교통안내를 하는 경찰에게 어디로 가야하는가 물었더니
남쪽으로는 내려갈 수 없으니까 북으로 가란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처럼 불타는 도시를 뒤로 하고 북으로 북으로 차를 달려
속초를 거쳐 미시령을 돌고돌았다..
바람이 얼마나 심했는지
낙산까지 가서 바다를 보고 온 사람이 하나도 없고,
꼭 회를 먹고 싶다고 조르던 조카도,
조개껍질을 주워가야 한다고 벼르던 조카도
아무 소리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덕분에 남편과 둘이서 하루를 더 묵고 오려고 했던 나의 일정은 차질이 생겨
그냥 친정에 주저앉아버렸다..
천년사찰인 낙산사가 불에 타버려 주저앉고
설악산까지 번질까봐 걱정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전쟁터같던 그 곳에서 돌아왔기에 더 안타깝기만 하다..
내년부터는 식목일을 없애든지
한식을 없애서
아무도 산에 가지 못하도록 했음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속초에 있는 바다새의 걱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