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의 생일이다
시누님이랑 형님과 쇼핑센터에서 만나
쇼핑을 하고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셋이는 깔깔 웃으며 옷을 입어도 보며
웃었다
나는 짐이 무겁다
그들과함께 떳떳하게 옷도 입어 볼수가 없으니 말이다
늘 형님과 시누님에게 도움을 받은 터라
마음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평소에도 옷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왠지 마음이 울적해져 왔다
두시간을 다니다가 생일임에도 혼자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걱정이 되어
우리 그만 함께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였다
추어탕집으로 가서 남편과 함께 먹고
모두 가 버렸다
남편 사무실에 가서 글도 쓰고 있는데
고2 아들이 전화가 왔다
엄마
오늘 저녁은 제가 대접할께요
네가 ?
오늘 아빠 생일이잖아요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다
한편 안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번 돈을
아빠 와 엄마 생일을 축하해 준다는
그 마음이 기특하지 아니한가
큰아들과 우리는 막내 녀석과의 약속 장소로 갔다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아들은 손에 하나 가득 선물을 들고 왔다
짜장에 탕수육을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아들은 하나씩 풀어
이건 아빠 선물 이건 엄마 선물이라며
남방과 티를 꺼내 놓았다
그것도 아주 비싼 메이커를 말이다
엄마 !
이 모자는 엄마 나물 하러 갈때 쓰고 가세요
양면으로 되어 있어서 아주 좋아요 ! 한다
순간 눈물이 찡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른다
엄마라고 뒷바라지도 못해주는데
아들은 봄이 오면 또 들로 다니며 나물을 할 엄마생각까지
하니 말이다
눈물은 마음으로 새기고 짜장을 맛있게 먹었다
상보야 고마워...
학원비라도 보태라고 했지만
혼자서 공부를 한단다
가진것은 없지만 마음 깊은 아들이 있어 행복하다
얼마전 갑상선 종양 수술한 엄마가 좋아 한다고
산에 다니며 가시 찔려 가며 산딸기를 따다가
엄마에게 주며 아파하는 엄마를 위로하던 아들의 선물
그때도 마음이 찡했는데
그 추운 영하 15도의 날씨에도 속으로는 가기 싫었을텐데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러 가던 아들
엄마 아빠 힘든것을 알고 혼자 용돈을 벌어 보며
자신과의 싸움에 이겨 보겠다고 하던 아들
엄마 내가 공부를 해야지 공부를 안하면
평생을 추운데서 돈을 벌겠지 하며
애써 웃어 보이던 아들
내가 어렸을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뉘우친다는 말을 듣고
뒷동산에 올라가 알밤을 주워 엄마에게 갖다 드리던
생각이 난다
우리 막내 아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닮은것 같다
애써 웃음 지으며 엄마 조금만 참아 하며
내미는 그 손에 들려진 선물은
이세상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가장 귀한
마음이 담겨진 선물이었다
얼른 봄이 와야지
그럼 우리 아들이 사 준 모자를 쓰고 나물을 뜯으러 가야지
오늘따라 부자가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