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 쇼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은빛물결을 이루는 강을 쳐다본다.
새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를 보니 내 자신이 아주 편안해
보인다. 육체는 편안한데 내 마음은 뭔가 한구석이 뻥 뚫린듯 우울하다.
이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면 남편은 내가 호강에 바쳐서 그런다라고 말하겠지..
남들이 보아도 그런소리를 할지 모른다. 결혼 5년만에 30평대의 아파트를 사고
아들 둘을 낳고 남들이 보기에는 행복에 겨운 여자로 보일것이다.
하지만 남편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다 보니 남편은 사람들 만나고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는게 일상이 되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이곳으로 이사를 온 이후인 것 같다.
부모님에게 별로 받은 것 없이 결혼을 해서 가진게 없어도 참 행복했었다.
그때는 우리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전에 집 장만도 하고 아이들과 좀 여유롭게 살기위해 조금 고생을 하자고 했었고 남편은 자영업을 해서 인건비라도 줄이기위해 꼭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직원의 일까지 맡아서 했다.
나도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정말 아껴서 알뜰하게 살려고 했고 그런 남편을 보면서 감사하고 행복했었다.
아침은 거의 거를때가 많고 점심은 사서 먹고 저녁도 늦게 오다보니 자장면으로 떼우는게 일과가 된 남편을 보며 나는 참 미안했었다. 첫아이가 돌도 되기 전이어서 나도 육아와 전쟁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도시락선물로 저녁을 준비해서 갖다주자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말도 하지 않고 기뻐할 남편을 생각하며 열심히 도시락을 준비했다.
금방한 따뜻한 밥을 보온밥통에 넣고 남편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반찬으로 명란젓과 김치와 돈까스와 계란말이와 무우말랭이를 준비했다.
아이를 업고 일을 하면서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차비를 아껴 볼 심산으로 아이를 업고 도시락과 기저귀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고 남편의 직장에 갔다. 직원들은 퇴근을 시키고 혼자서 일을 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자니 눈물이 왈칵났었다.
남편은 갑자기 사무실로 온 나를 보고 놀라면서도 너무나 행복해하는 웃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내가 사온 도시락을 보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 행동으로 남편의 마음을 나는 느낄수가 있었다. 아마 "미안하다, 너까지 고생을 시켜서..
그리고 고맙다. 지금은 힘들지만 꼭 행복하게 해줄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도시락을 펼쳐서 남편과 같이 먹는데 그 맛은 내가 좋아하던 스테이크를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만찬이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다 보니 내가 우울해진 것은 생활의 여유대신 남편과의 그런 행복한 추억의 시간들을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요즘 우울해 하고 있다면 남편 또한 나와 마찬가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우울한 마음을 떨쳐 버리고 장보러 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남편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맛있는 점심선물을 해야겠다.
남편도 준비해가는 도시락을 보면서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지을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