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앞 담장에 아직 헐거벗은 나무들 틈에 누가 제촉이라두 했는지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성급한 개나리가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나봐요
아니 어쩜 우리들 맘에 벌써 봄은 와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오늘은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왠 잡동사니가 그렇게 많은지 버려야 할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어 자리를 잡고 이것저것 쓸 것 버릴 것을 골라 내다가 편지 하나를 보고 그날을 생각해 봅니다
저는 6년차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는 유치원 교사입니다
6년차가 되면 이런 저런 보람과 어려움으로 추억이 가득차있는데 오늘 청소 끝에 힘들고 지친 어깨에 행복을 주는 추억을 소개 하렵니다
제가 맡은 반중에 6세반 백합반 이었습니다!
백합반에는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들이 2명 있습니다
한 명은 10살인데 , 이봉걸 선수 아시죠? 씨름 선수요! 그아이도 봉걸이였어요..
봉걸이는 키도 크고 얼굴도 큰~아이지요! 정신지체 2급을 받은 아이라 키와는 상관없이 아주 천지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죠.
다른 한 아이는 자폐증세가 있어 순간 순간 깜짝 놀라게 아주 높은 옥타브의 고음을 내지르기도 하고 크레파스를 먹고 있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지요.
백합반을 담임을 할때 일입니다
그날은 다른날과는 달리 열도 있고 눈은 또 왜그리 아프던지..그랬어요..목은 점점 가라앉고 몸은 천근만근 힘들었어요..아마도 감기에 걸렸었던것 같아요. 하루 쉬고 싶었지만 아이들 생각에 그럴수도 없고 ........
힘든몸으로 출근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한 아이가 자꾸 장난을 하더라구요..
눈짓으로 주의를 주고 또 저는 열심히 가르쳤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눈에 보이게 떠드는 모습에 저도 사람인지라 큰 소리로 화를
내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해지더라구요.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죠. 그리고 상태를 수습하기 위해 조용히 타이르듯이 "애들아 너희들이 그렇게 떠들고 장난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겠지? 그리고 너희들이 그렇게 떠들면 선생님 목도 아프고 힘들어요"
하고 아이들에게 하소연을 늘어놓듯이 조용해 주길 부탁하고 있었죠
아이들도 눈치가 있었는지 모두들 고개를 떨구고 조용 하더라구요..
그런데 우리 반 봉걸이가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 눈치도 없이....
속으로 내가 미치지..저런 애가 우리반이라니..힘든맘에 화가 나더군요..
그런 맘을 모르는 봉걸이는 묵묵히 나오더라구요..
그런데.저는 화를 내지 못했어요
앞으로 온 봉걸이는 고물고물 손에 녹아버린 사탕하나를 선물이라고 내밀며
저의 어깨를 "힘들지마요?" 하고 씨익 웃어주며 주무르는 게 아니겠어요
봉걸이의 녹아버린 사탕과 미소는 세상에서 받아본 선물중 가장 큰 선물이었답니다..
울컥 가슴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주체 할 수 없는 뜨거움에 눈시울이 불게 되었고 화를 내던 저는 어느새 웃고 있지 뭐예요
정말 화를 더 이상 낼 수 없더라구요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리자 우리 아이들 "선생님 운다" 하더니 한명 두명 눈물을 흘리며 왈칵 저에게 안기는 거예요
그 날도 그렇게 개구쟁이 우리 백합반 친구들과 하루를 보냈지요
그리고 선생님께 편지쓰기로 시간을 보내며 전 좀 쉬었답니다..
그날 아이들이 삐뚤빼뚤 써준 편지 꾸러미가 아직 있더군요..
힘들고 지칠 때 마다 그때 우리아이들이 보낸 편지를 하나 씩 펴 봐야 겠어요..
보약이고 에너지가 되어 줄것 같아요..추억이란 참 소중한거랍니다..
그렇게 추억을 쌓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졸업식을 하고
유치원을떠나 보내며 울고 웃고 서운해 하던시간들을 뒤로하고
그아이들이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식씩하게 학교를 다닌답니다....
백합반 친구들도 학교에 가서 즐겁고 좋은 추억 많이많이 만들어가야해..
결혼과 함게 저두 2월달에 그만두고 집에있으려니 왜그리 서운하고 아이들 곁으로
가고 싶은지 ...신랑 하는말로는 잘때 잠고대를 한다는군요.
"동화듣자.."직업은 못속인다구 ..
백합반 친구글..선생님은 너희들을 하늘 땅 만큼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