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밤은 참 외롭습니다.
개 짖는 소리마져 없는 적막함은 땟국물 흐르는 어린 소녀에게도
충분히 외로운 밤이였지요.
언니 오빠와 나란히 마루끝에 앉아 제각각 다리를 흔들어대며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두려움에 시선은 날망을 향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는 아직도 저 날망을 안넘어오십니다.
지 몸크기와 크기가 비슷한 건전지를 등에업고 검은 고무줄로 칭칭 동여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든 유행가를 간드러지게 불러대다 언니 오빠에게
배운 동요까지 목이 아프게 불러대도 엄마는 저 날망을 안넘어 오십니다.
목이터져라 산꼭대기에서 마을쪽을향해 우리가 불러댔던 엄마라는 그 메아리는
아직도 흩어지지못하고 그 깊은산골 이산저산을 떠돌며 엄마 라고 외치고 다닐겁니다.
콧물 눈물 얼룩진 얼굴로 엄마없는 그 밤에 호롱불 일렁이는 그 밤에 뻥뚫린 가슴처럼
그을음 씨꺼멓게 타오르던 그 밤에 작은 모기소리는 너무나 선명해서 귓가에 너를
물겠다 속삭이면 야무진 내 손길이 죄없는 내 뺨만 야무지게 쳐댈뿐 안그래도 속상한
마음을 자꾸만 괴롭힙니다.
유난히 달밝아 휘형한 그밤 창호지넘어 일렁이든 나무 그림자는 무장공비의 환영이되어
너는 이쪽으로 너는 저쪽으로 그렇게 작전개시를 외쳐대며 공격 태세를 갖추고
공격 개시를 외쳐댑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머리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난 죽어도 이승복 보다는 좀더 멋있는 말을 남기고 죽으리라.
난 조국을 사랑했노라.
이 한몸 죽어서 조국을 지킬수 있다면....
난 죽어서 나라의 밑거름이 되리라. 등등....
엎치락 뒷치락 잠못들던 그밤.
배는 왜또 살살 아픈걸까요
죄인 처럼 잠자는 언니를 살살 구슬러 호롱불을들려 마루끝에 앉혀놓고 차마 스멀스멀
꼬리달린 하얀 벌레가 줄서는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마당가 똘배 나무아래 앉아 힘을
줍니다.
문득 올려다본 마루위에 언니가 나를 지켜주리라고 그렇게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머리는 산발을한 언니가 호롱불을 앞에두고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갑자기 뒷털미를 누군가 휙 나꿔채는 듯 공포감이 무서움이 밀려옵니다.
후다닥 고무신 한짝은 마당위에 또 한짝은 토방위에 내동댕이를 치며 방안으로
뛰어 들던밤 .
언니야 가시나야 내목숨을 너한태 맡긴건데 나는 니가 더 무섭다.
알수 없는 눈들이 검은 숲에서 날 잡아먹으려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어린 가슴이 오그라 들던밤 날이 훤이 밝아도 엄마는 저 날망을 안넘어 오셨습니다.
우리는 오늘 아침에는 아무도 일어나지 못합니다.
지금은 이해 할수 없는 일이지만 한끼를 굶은 날이면 우리들은 그 다음날은 아무도
일어나지 못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