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채비 하던 남정네..
한참을 동작 그만 하고 창밖 바라보더니..
"산에나 갈까?" "엥?"
"눈이 오니까.."
창을 통해 펼쳐진 백색의 세상이 남정네를 유혹했나보다.
허긴..
올겨울 바쁘게 다니느라 그 좋아하는 등산 한번 맘놓고 못했지?
회사일에 집안일에 치어서 몸 바쁘고 맘 바쁘긴 그도 마찬가지 였을 터
"그려..댕겨와..오늘 안바쁜겨?"
개인일 하니 이럴때 좋네..
남의 회사에 몸 묶여 있어봐라..
언감생심 꿈이나 꿀 일인가..
겨우내 한곳에 치워져 있던 등산복
먼지 탁탁 털어내고
모자에 장갑에 등산화..
또 뭐가 있나?
내가 챙겨줄건 사탕류...
아..좋겠다..
오늘 모니터모임만 아니라면 따라 나서고 싶다..
마지막 모임만 아니었으면 아프다 거짓부렁 하고 ..ㅎㅎㅎ
지난 일년 꾀 한번 안피우고 열심히 참여 했드만
큼지막한 상 하나 준다며 담번에 꼭 오세요..했는데
어케 빠지겠누..
에그..
그저 가방 꾸리는 남정네 옆에서
부러워 발길질만 톡톡 해댈 뿐..
현관문 나서는 남정네 뒤에 쫄랑쫄랑 따라 붙으며
"있잖아..그거 있으면 사와라.."
"뭐?"
"그거 고구마 말린거..거기께 젤로 만나더만.."
"그래..있으면 사올께..갔다온다.."
"조심하고.."
사무실로 가서 같이 등산 즐기는 친구 만나서 간다하네..
같은일 하는 친구다..
아..
부럽다..
얼마나 좋을까?
하얗게 쌓인 눈속을 뽀드득뽀드득 유쾌하게 밟고 올라가면
한순간 신선이 된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산을 오르며 느끼는 적막함이 얼마나 좋은지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선
오늘 울남정네가 세상에서 젤로 젤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