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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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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 위에 열 네송이로 핀 군자란


BY 라일락향기 2005-02-26

신혼 초.
결혼 두어 달쯤 되었을까?
어느 정도 집안 정리와 마음 정리가 되어갈 무렵에
집 근처에 화분,화초를 파는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꽃이름을 물어보고
나무이름도 물어보면서
집에 어울릴 만한 화초를 하나 사고 싶어
구경하면서 어정거리고 있을때
화초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하얀 플라스틱 화분에 양날개를 펼친 모습을 한
군자란.
양쪽으로 하나씩 잎이 나 있었다.

그 때만해도 화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물만 주면 잘 자라는 화초를 사려는 마음이었다.

군자란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만 주면 된다고 했다.

물만 주면 된다는 말에
내 눈에 들어온 군자란을 사게 되었다.

한 식구가 되어
한 해, 두 해....
그러나 꽃은 피지 않고
양쪽 날개에 날개만 자꾸만 늘어갔다.
일 년에 하나씩 늘어가던 날개는 열개가 넘어가고
무게에 못이겨 힘겹던 어느 날.
꽃 대가 올라왔다.
하루하루 다르게 꽃 대 위에 꽃 봉오리가 입을 다물고 있더니
조금씩 조금씩 주황색 나팔 꽃 모양으로 피어났다.

십년 넘게 날개만 늘려가던 군자란이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신기하기도하고 놀랍기도하고 그저 바라보고 바라보며
감탄을 하고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렇게 몇 날 며 칠을
나를 놀랬던 군자란이 소리없이 말 없이
모습이 시들해지더니 화분 위에 힘없이 꽃이 떨어 지던 날.
화분옆에 한 없이 앉아있었다.

그렇게 첫 모습을 십년을 넘기고 보여 주더니
요즘
군자란이 또 꽃을 피워낸 것이다.

하얀 플라스틱에서 커다란 화분으로 옮겨심었고
영양분도 틈틈이 주었더니 튼튼하게 자란 아이같이
살이 오르고, 십오년의 세월 속에 키도 자라
늠름하게 자란 청년의 모습으로
거실 한 쪽에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그 모습이 우리 결혼 생활을 말해 주는 것인지 모른다.

양쪽 날개 하나씩 펼치고 우리집에 온 날로 부터
지금까지 군자란은 양쪽 날개를 한 해에 하나씩 늘려 나갔다.

십년을 넘게 기다린 군자란이 꽃을 피운 시기는
우리 가정도 어느정도 목표를 달성하는 시기였다.

그러고보면
자연과 사람은 어느면에서 비슷한 것 같다.

거실 한 쪽으로 내 시선이 머물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군자란에게 화답한다.

꽃 대 위에 열 네 송이 꽃을 피워 낸 군자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