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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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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에겐 평범하지 않은이유


BY 오월 2005-02-18

수술실로 들어가기위해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급하게 뛰어들어온 남편 생일을 물어봅니다.

난 생일을 일러주었고,남편이 나간뒤에 간호사가 저에게

아줌마 참 불행하게 사시네요.

아직 생일 선물도 한번 못받아 봤겠네요,합니다.

결혼생활 20년 아직 남편은 제생일을 모른다 합니다.

워낙 숫자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 저는 그러려니합니다.

전 불행한 여자 인가요.

 

당일 코스로 여행을가는날 어디쯤 갔을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압력솥이 열리지 않는데 어떻게 여는 거냐고....

난 남편이 혼자서 밥먹을 생각을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 열심히 알려주는데

옆자리에 앉은 분이 지금이 어느시대인데 밥솥도 못여는 남편이 있냐며 화를

내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남편손에 밥얻어먹을만큼 아파본적없어 한번도 없어서

남편이 해준밥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전 불행한 여자인가요.

 

아들아이 유난히 운동을 좋아해 겨울방학 스키장 가고싶다 조르고

여름방학 해수욕장 가고싶다 조르다 지 성질머리 이기지못해 고열에 시달리며

아파버린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운전을 능숙하게 못하는 저는 가슴아리 하며 아빠의 처분만 늘 지켜봤지요.

아직 네식구 한번도 함께 여행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불행한 여자인가요.

 

아파트 단지에 살다보니 고향마을에 어두운밤 멀리서 컹컹 개짖는 소리

들리면 온동네 개들이 따라짖던 그런 개짖는 소리도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운이 좋은날 조용한밤에 저 멀리서 개짖는 소리 들리면 그리움인지 아품인지

고향에 추억을 담아 울컥 서러움이 밀려옴니다.

 

아홉식구 잘 방을구하지 못하고 창고를 빌려 방을만들고 살때 새벽녁 으슬으슬

추워지면 방 절반을 찾이한 아버지만 두툼한 요를 깔고 두툼한 이불을덮고 주무십니다.

비몽사몽 추위를 피해 아버지 이불밑을 파고 들고 아버지는 냉정한 발길질과 요밑에

이불을 밀어넣어 잡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아버지 영역을 지키십니다.

 

다섯 아들이 학교에 다닐때는 아버지 양말을 한번 신은날은 엄마가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날이되곤 했었습니다.

고구마로 끼니를 이어가든 그때도 아버지는 벽에 맞춰입은 옷들을 칼날같은 권위를

세워 몇벌씩 걸어두곤 했습니다.

유난히 입덧을 심하게 했든나는 그래도 친정이라며 찾아가 엄마가 직장에 가고

없든날 죽을거같아서 아버지 우유하나만 사다주세요 애원을했지만 사다 주시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이 상급학교에 갈때마다 우리보다 잘사는 사람들도 중학교만 졸업하고

돈벌로 가드라며 진학을 반대하셨고 이른새벽 눈물바람에 집집마다 돈빌리로

다니는것은 모두 엄마 몫이였습니다.

 시골동네에 살때 동네 여인들 아버지가 동네에 한번씩 내려오시면 담 넘어로 아버지

안보일때 까지 넘어다 볼만큼 우리 아버지 폼생폼사 아버지셨습니다.

바람피우신적 없고 머리한올 흩트러 진적없고 술주정한번 해보신적 없는 아버지

누구에게도 베풀줄모르는 아버지 장롱과 서랍속에는 아버지 만의 것들이 넘쳐납니다.

 

고아로 자라 늘 정에 굶주린 엄마는 인정없는 아버지와 형식적인 부부로 대화없이

살아온날이 벌써 30년은 되었습니다.

 

제가 결혼을해서 건설회사에 근무한 남편을따라 이사를13번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이를 안고 차에 앉아있었고 방을구하는 일은 언제나 남편 몫이였지요.

딸아이가 유치원에 가든날 앞에 앉혀놓고 삐뚤빼뚤 머리를 묶어주는 남편을보았습니다.

고생스럽게 자라난 내자신을 기준삼아 아이들이 아파도 냉정했든 나에비해 밤새

간호하며 안타까워 했든 남편입니다.

혹 밤에 앓는 소리라도 내는 날이면 새벽일찍 나가야 하는대도 제몸을 꼭꼭 주물러주고

출근하는 남편이였습니다.

 

아이들보다 꼭 삼십분 먼저나가 차를 덥혀 아이들 등교시키고 비가오는 날에는

우산접으며 아이들젖는다며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이들을 태우는 남편입니다.

세수를 하다 실수로 콧구멍을찔러 붉은피가 가득담긴 세면대를 보여주며 장난친저를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달려 토종닭한마리를 사주며 미안하다를 연발한 남편입니다.

딸아이 주민등록 통지서를 받아들고 2.6키로 작은몸이 언제이렇게 컸느냐며 눈시울이

붉어지던 남편입니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게 전용 꽃길을 만들어준다는 남편에 거짓말을믿고

다야몬드를 쏙파서 나를 넣어준다는 거짓말을 믿고

친정에 인심쓰는 남편에게 저는 화를 내고 시집에 인심쓰는 나에게 남편은 화를 내고

그렇게 바보는 살고있답니다.

구정에 가서뵌 친정아버지 한쪽 얼굴에 시커먼 검버섯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옵니다.

인정머리 없는 자식들이라며 치를 떠는 아버지 가슴에 저는 무엇으로 남아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