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나는 열심히도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고 마음속에 되새기곤했다. 어려운 시집살이에 육남매 조카들 수발에 ,시어머니 병수발,
그리고 알아주지도 않는 여러 친지들의 크고 작은 집안일들까지 도맡아
하시는 엄마가 참 바보스러웠었다.
그러면서도 늘상 엄마는 "너희 삼남매 때문에.."내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며 알듯 모를 듯한 한숨섞인 말로 중얼거렸던 기억이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크고 작은 시집의 대소사일들과 술주사가 심하셨던 아버지,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엄마의 꿈들...
이젠 내가 그렇게 발버둥치며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던 내가,
술만먹으면 정신못차리게 먹는 남편과 크고 작은일들로 바븐시집살이,
그리고 어린삼남매... 어느새 엄마를 닮아가고 있었다.
큰소리 한번내지 않고 나름대로 혼자 삮히며 가슴만 치는 그런 행동들까지 엄마를 따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다.
언제나 웃고 있고 좋은일들만 있느냐고...
사람사는게 내 팔자가 제일 상 팔자라고... 그런다.
아무도 모른다.
내가슴에 슬픔이 녹아내려 이제는
커다란 호수가 되었다는걸...
아무도 모른다.
내 웃는얼굴위로 하얀 눈물이 꽃이 되어
웃어주고 있다는걸...
아무도 모른다.
숯처럼 타들어간 내속이
이제는 속보다 목구멍위로 터져나오려는것을...
그 미어지는 아픔을 삼키는 내 미련함을...
결혼이란거 하면서 난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나보다.
난 나의 이름을 잃어버렸고
난 나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다.
그리고 한해 한해 꿈꾸던 내 작은 꿈마져 지워 나갔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났다.
지나고서 이만큼 뒤돌아 보니 나 결혼을 하면서 너무 많은걸 포기 하면서 살았다는 아쉬움과 원망이 점점 더해가고 나 자신에 너무 소홀이 했다는 그런 바보 스러움이 싫어졌다.
너무 많이..
너무 멀리 지나쳐버린 시간들이 야속하다.
가끔은 이게 꿈이라고,위안하며 지내기도 하고 ,전생의 내죄에대한 이생의 "벌"이라며
나를 채찍질하며 다시금 정신을 차려보지만 여전히 오뚜기가 되어보는 내 삶엔 아무런
희망도 빛도 처음부터 없었다는걸 느껴본다.
나 이렇게 힘들게,
외롭게...
이젠 너무 익숙해져버린 나의 삶이 일상이 되어 버렸지만
내 엄마가 그러셨듯이
나도 내아이들은 나 처럼 바보 같은 삶 살지 말기를 기도한다....
이렇게
21c바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