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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3

시인의 마을


BY 프리즘 2005-02-10

 

아르바이트 삼아 백화점에서 잠깐 일하던 때.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가 일하는 내내 머리속에 맴돌고,

급기야는 입으로 조그맣게 소리내어 웅얼거리기까지 되었답니다.

어떻게나 부드러운 목소리와 고운 노랫말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있는 그 노래...

정태춘  <시인의 마을>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에서 시작해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부분을 조그맣게 부르고 있을때 손님이 한 분 오셨지요 

천천히 둘러보시라 친절하게 말씀드리고는

하던대로 매장정리를 하면서 돌아서서 마저 불렀지요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아....참....이 부분 너무 좋지요?

말그대로 클라이막스 아닙니까?

저 혼자만의 무아지경에 빠져 손님은 신경도 안쓰고 마저 불렀습니다.

물론, 조그맣게 웅얼거리면서...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아.....노래 좋다.....

 

 

 

???????

이상합니다????

그 품위있어 보이는 싸모님이 갑자기 승질을 확! 내시네요?

아니, 내가 뭐 어쨋게?

 

"이것봐욧!  둘러봐야 사든지말든지 할거아냐! 왜 욕을 하고 난리에욧!!!!"

이러면서 소프라노로 짜증을 버럭~! 내더니 나가버립디다?

 

 

벙~ 쪄서 가만히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방금 불렀던 부분을 한번 더 웅얼 거렸습니다.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시인의 마을에 밤이.....시인의 마을.....시인......말......'

................

 

 

차라리 크게 소리내어 불렀다면 오해는 없었을 것을 ㅠ.ㅠ

들릴듯 말듯 조그만 소리로 웅얼거리는 '시인의 마을'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심각해진 얼굴과 잘 조화되어

사지도 않을것 처럼 보이는 손님이 귀찮아서 짜증내고 자빠져있는

불친절한 백화점직원의 욕지거리로 들린 것입니다.

 

 

아직도

"응? 먼 소리야?" 싶으신 분은

'시인의 마을에~' 부분을 소리내지말고 입술만 움직여 불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