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삼아 백화점에서 잠깐 일하던 때.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가 일하는 내내 머리속에 맴돌고,
급기야는 입으로 조그맣게 소리내어 웅얼거리기까지 되었답니다.
어떻게나 부드러운 목소리와 고운 노랫말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있는 그 노래...
정태춘 <시인의 마을>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에서 시작해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부분을 조그맣게 부르고 있을때 손님이 한 분 오셨지요
천천히 둘러보시라 친절하게 말씀드리고는
하던대로 매장정리를 하면서 돌아서서 마저 불렀지요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아....참....이 부분 너무 좋지요?
말그대로 클라이막스 아닙니까?
저 혼자만의 무아지경에 빠져 손님은 신경도 안쓰고 마저 불렀습니다.
물론, 조그맣게 웅얼거리면서...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아.....노래 좋다.....
???????
이상합니다????
그 품위있어 보이는 싸모님이 갑자기 승질을 확! 내시네요?
아니, 내가 뭐 어쨋게?
"이것봐욧! 둘러봐야 사든지말든지 할거아냐! 왜 욕을 하고 난리에욧!!!!"
이러면서 소프라노로 짜증을 버럭~! 내더니 나가버립디다?
벙~ 쪄서 가만히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방금 불렀던 부분을 한번 더 웅얼 거렸습니다.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시인의 마을에 밤이.....시인의 마을.....시인......말......'
................
차라리 크게 소리내어 불렀다면 오해는 없었을 것을 ㅠ.ㅠ
들릴듯 말듯 조그만 소리로 웅얼거리는 '시인의 마을'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심각해진 얼굴과 잘 조화되어
사지도 않을것 처럼 보이는 손님이 귀찮아서 짜증내고 자빠져있는
불친절한 백화점직원의 욕지거리로 들린 것입니다.
아직도
"응? 먼 소리야?" 싶으신 분은
'시인의 마을에~' 부분을 소리내지말고 입술만 움직여 불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