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9

예전에


BY 아리 2005-01-31

그는 나를 처음 만난 날 얼마나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쉬지도 않고 잘난체를 하는데

여태껏 다른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와는 색다른 기분으로 재미가 있었다

우선 나같은 왕수다장이가 말을 못하거나

안할 수도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대개의 남학생들은 나를 만나 ..나의 말발에 기가 죽어?

말을 못하거나 심지어 더듬는 일도 있었다

"야 ...너는 왜 이렇게 말을 못하니?"

그냥 내가 할게 ..넌 가만 있어 "

다음 번의 만날 약속 소위 애프터가 들어오면

"만나서 뭐 할거여여 ?" 하고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곤 했다

"너 부모님이랑 같이 안사니? 왜 이리 정서 불안이야 .."

가뜩이나 빌빌 기고 있는 남학생을 걸핏하면 찍어누르기 쉽상이었으나

등치가 작고 유난히 마른 나는 아무리 그래봤자

여자라는 틀을 벗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는 ...

자기가 가난하고 바빠서

늘 시간도 돈도 없는 별 볼일 없는 남학생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학교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학보사에서 보내는 형편인데

나름대로 가끔 미팅을 한 여학생들이 자기를 찾아오기도 했는데

그저 고개를 숙이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만 하다가

지쳐서 돌아가곤 했다고 말한다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학림의 아저씨도 언젠가

"네가 사자냐 호랑이냐 왜 혼자다녀 그것도 조그만 여자애가 ?"

이렇게 말했듯이 혼자 다니기를 즐겼다

과친구들은 언제나 몰려다니면서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재잘거리길 좋아한다
화학 실험을 할 때는 더욱 더 ...난잡한? 상황이다
실험장치를 해 놓고 몇시간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실험 보고서를 마쳐야 수업이 끝난다

친구들은 휴게실까지 나가서 커피를 마시고 왁자지껄이다
잘난체를 하면서 리처드 버크나 생명의 문제 이에치 카 같은 책을 읽고 있었다
때로는 그 수다에 참여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으니

그때 화학 교수가 내게로 오셨다
자기 수업시간에 딴 책을 들고 있다는 것 때문에 
"마찬가지여여 친구들과 저렇게 떠드는 것과 리처드버크와 이야기 하는 건 .."
교수님은 어이가 없어서 점수를 깍겠다고 엄포를 놓고 가버리셨다

가끔씩 수업이 끝날 때쯤 친한 친구에게 쪽지로

"나 오늘 부터 mono! 이해해줘 "

"나는 네 모노에 대해 인정하지도 이해하지도 않아 "

이런 낙서를 하다가 혼자서 빠른 걸음으로 교정을 나오는 걸 즐기기까지 했다

때로는 혼자가 미치도록  좋아서 집앞에 거의 다왔을때는

길을 아끼며 걷기도 했다

이율배반적으로 이렇게 혼자를 좋아한다는 내가

외로움을 타기 시작하면 그 외로움은 산처럼 크고 무거워서 견뎌내질 못하고

쩔쩔맨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리 외로웠던 적도 실은 없었던 것도 같다 )

아니 요즘은 솔직히 외롭다

 

걸핏하면

지금 보고 싶은 사람 ..@@$$%%

지금 가고 싶은 곳 난다랑 .학림 라리 ..

내가 사야할 것  스웨터 스타킹

먹고 싶은 것 ..사과 부드러운 빵 콩떡 냉면

뭐 이런 낙서를 하고 있으면

그 보고 싶은 누가 내 앞에 서 있기까지 했으니

확실히 나는 감으로 사람을 잡아다니는 힘까지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니 아무 것도 아무도 없다고 할 때 달려나올 수 있는 친구가 서넛은 있었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그건 실재로 가능하기가지 했다

실재로 @@님은 연대의 백양나무 숲길을 그리워하시는데

나는 그때  연대에 놀러가서 가정관 앞에서 낙엽을 태우고는 키가 큰 남학생이

오줌을 누어 그 낙엽재를 껐던 재미있는 기억까지 있다

이런 일연의 사건은 아무 것도 아무도 없다고 할 때 달려나와 예고 없이 진행된 데이트였다

 

 

그는 나를 만나서 자기는 화장실 앞에서 여자의 가방을 들고 여자를 기다리는 사람이

가장 멍청해 보이는 남자라고 말했다 ..

나는 그날로 그에게 나의 가방을 들고 화장실 앞에 서 있으라고 했다

'싫어? 싫음 말고 '

나는 나의 미모나 뭐 다른 배경을 남달리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은 분명 아니다 

다만 지금은 나에게 사랑을 운운할지 어떨지 모르지만

애인으로 적합할 지 몰라도 아내감으로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내스스로 인정하고 확신까지 해두었기 때문에

당장은 입에 발린 소리를 하다가도

그 누구라도 언젠간 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날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을 뿐이었다

마음과 몸을 함부로 주지 않고 더구나 사랑은 더욱 주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그게 결심만으로 쉬운 건 아니다 나는 늘 사랑에 목말라했고 사랑 그 자체를 즐기는 연애박사?였다  

늘 고무줄을 강하게 잡고 있다가

탕하고 놓아버리는 ..그가 날 놓기 전에 내가 먼저 탕하고 놓아버리겠다는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이 날 웅크리게 하면서

겉으로는 대범하게 보이고 싶은 아이러니 같은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제안을 그는 내놓았다

"난 네가 평생 아기를 못낳거나 처녀가 아닐지라도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

설정이 참으로 엉뚱하다 못해 기가 막혔다

나는 정말로 말라서 가끔 우리 엄마에게

"엄마 나 시집 가서 아길 못낳으면 어떻게 하지? 교통사고도 났었고 ..."

하고 심각하게 물으면 엄마는 길길이 뛰시면서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화를 내셨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질 않나 크으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큰 불효적 발언인지)

그는 첫날밤 내가 처녀였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뻐하던지 @@$$%&*&#!

당장에 배반감에 '속았구나 '

..........그 후 한참만에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내게 거짓말을 했다고

"처녀가 아니더라도 좋다며 그렇게 좋아하는 법이 어디있어?"

"ㅎㅎ 처녀가 아니더라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처녀니까 더 좋은 건 당연하지 "

여자는 튕겨야 한다

결혼을 해서도 튕겨야한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한량없이 넓고 깊고 인자한 미소만이 감도는 친한친구의 아버님도

가끔씩 "너희 엄마는 튕기는 맛이 있어 좋구나"

하셨다는데 남편이 속으로는 무서워도 가끔씩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수롭지 않은 듯한 연출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도데체 왜 이리 오랫동안 남편을 무서워야하는가 말이다

허긴 우리 큰언니도 "그게 안되는데 어떻게 해 <<"하고 답답한 소리를 한다

오줄없이 자기 희생만을 즐기면 정말로 껍질만 남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라라님 글을 읽으면서 나의 끈을 조이기로 더욱 다짐해본다

자식이던 남편이던 그 누구던 간에 줄 때만 좋은 법이다

ㅎㅎ 그러면서도 이시각 그 누구에게 무얼 줄까하는 궁리가 가장 흥미롭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 인생이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연습은 더욱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