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카페 화장실만 이용했다는 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83

애물단지


BY 호수의달 2005-01-30

얼마전의 일이다.
그날따라 하늘은 하루종일 잔뜩 흐린 날씨를 보였다.
날씨탓인지 가라앉은 기분이 좀처럼 좋아지지않는 하루였다.
바쁘지 않은 이유도 있었으리라.
점심장사도 그럭저럭 끝나고 저녁장사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일은,
그때 터지고 말았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남편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잠시후,
아무말이없는 그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다.
"누구?"
"응.. 철호야..."
"근데 왜?"
"아니야...."
나는 더이상 묻지않고 큰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철호~! 무슨일 있어?"
"아니야..엄마.. 그냥..엄마 생각나서.."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나쁜일이라도 생긴게 분명했다.
믿음직한 내 큰아들에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그애의 굵고 낮게 떨리는 목소리는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무슨일일까?
우리 큰아이는 올해 스무살이 되었고 대학교2학을 마쳤고
이제 2월이면 군대에 간다.
그렇다면 여자친구 문제? 아니면 돈 문제? 아니면,,,,
왜 나쁜생각만 자꾸 떠 오르는 것인지.
잠시후에 남편이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여러개의 문자 메시지중에 한개를 보여준다.
내용인즉,
"아빠~
나..대학올때 서울에있는 대학에 합격했을때
서울로 가고싶었는데..
엄마아빠 힘든거 알면서 그럴수없어서 그냥 포기했어.
그리고..
대학 들어와서도 친구들이 몰려다니면서 쇼핑하고 그럴때
나도 사고싶은거 많았는데 그런마음 아빠한테 다 말하지 않고 참았어.
그런데.. 오늘.. 그런게 막 투정부리고 싶어졌어.."
이런..
그랬구나.
어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내아들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엄마아빠 힘든것도 알고있었구나.
마음이 너무 아파왔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안쓰럽고 애처로와서 내 눈에서도 눈물이 펑..펑..쏟아졌다.
그리고 갑자기 아이가 보고싶어져 참을수가 없었다.
휴일이라 장사도 별 재미없었고
난... 가게문을 미련없이 내려버리고
6시가 되어 청주로 출발했다.
8시쯤 충북대 정문에 도착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던 아이를 불러냈다.
내 아들은 아주 귀여운 여자친구를 동반해서 달려나왔다.
다 커버린 아들을 안아주려니
내가 아들에게 안겨버린 형상이 되어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우선은 허기를 채워주어야겠기에
가까운 갈비집으로 데려가서 오랜만에 남편과 아이와 나와.. 그애의 여자친구와
편안하고 따듯한 저녁을 했다.
너무나 착한녀석
스무살이 되도록 병원한번 안가고 건강하게
말썽한번 부린적 없이 착하고 바르게
그렇게 커준 아들녀석이 대견하고 더욱 믿음직 해 보인다.
곧..군에가고
내아들은 더욱 늠름하고 믿음직한 남자로 태어나리라.
군입대를 앞에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었나보다.
그래서 생전 안하던 그런 투정을 부렸었나보다.
덕분에 눈물 한 바가지 쏟고나니
이상하게도 답답했던 속이 시원해졌다.
예정에없던 청주까지 남편과 드라이브까지...
예전에 어른 말씀이
"자식은 애물단지" 라더니...
그말이 꼭 맞다.
그날밤 아픈마음에 눈물을 쏟았던 내 마음을
자식도 언젠간 알게 되리........